어릴적부터, 아무리 돈이 많은 부자여도 사람의 마음과 시간, 젊음 등은 살수 없다라는 교훈적인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돈으로 못 사는 건 없다. 돈 많으면 이성도 쉽게 더 잘 만나고, 더 행복하게 살 수 있고,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친구도 많아지고, 하는 일도 편한 마음으로 잘 된다. 돈은 삶의 윤활유다."라는 투의 이야기를 하기도, 듣기도 했다. 농담처럼 말했지만, 정말 그럴까? 만약 그렇다면 지금 어디까지 '돈'과 '시장'의 잣대가 '침범' 했을까?

<정의란 무엇인가>로 지난 2년 여간 '정의' 폭탄을 투하 한 마이클 샌델 교수의 신작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무엇이 가치를 결정하는가>는 시장지상주의가 야기하는 여러 사회경제적 사례들을 소개하고 그것이 도덕적, 윤리적으로 옳은지 경제학 측면에서가 아닌 사회적 측면에서 '정의'로운지를 전달한다. 쉽게 말해 최근 30여년 동안 시장경제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해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 '돈으로 사려 해서는 안되는 것들', '돈으로 사게 해서는 안 되는 것들'에 대해 설명한 이야기이다.

<정의란 무엇인가>에서도 그랬지만, 과거와 현재의 실 사례를 통해서 여러 방면의 생각들을 살펴보고 조목조목 따진 후 본인의 주장을 전달한다. 전체적으로 내용이 쉽고 명쾌하다. 이 방식이 참 좋았다. 27세에 Harvard 교수가 되고, 최고 석학이라 불리는 사람치곤(내 편견이겠지만) 표현 방식이 참 겸손하다. (물론 본인이 주장하는 논리 속에서는 거침없이 칼을 휘두른다.)

 

인상깊었던 내용 필사

우리는 시장경제를 가진(having a market economy) 시대에서 시장사회를 이룬(being a market society) 시대로 휩쓸려왔다. 두 개념의 차이는 이렇다. 시장경제는 생산활동을 조직하는 소중하고 효과적인 도구다. 이에 반해서 시장사회는 시장가치가 인간활동의 모든 영역에 스며들어간 일종의 생활방식이다. 현재 우리는 건강, 교육, 가정생활, 자연, 예술, 시민의 의무와 같은 재화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 이는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에 그치지 않고 도덕적이면서 정치적인 문제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사례별로 이러한 재화의 도덕적 의미와 재화 가치의 적절한 평가방법에 관해 토론을 벌여야 한다.

 

현대에 발달된 가장 두드러진 모습 중 하나는 전통적으로 비시장 규범(기존에 시장의 논리가 적용되지 않던)이 지배하던 삶의 영역으로 시장과 시장 지향적 사고가 확산되는 것이다. 영리를 추구하는 학교, 병원, 교도소가 늘어나고 전쟁을 민간군사기업에 위탁하고(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민간군사기업의 수가 미국 군대의 수를 앞질렀다.) 민간경호업체가 늘어나면서 공공 경찰이 약화되고(미국과 영국에서는 사설 경호원 수가 공공 경찰관의 두 배를 넘었다.) 제약회사는 세계 최대의 건강위기를 말라리아가 아닌 발기부전증인양 광고하고 있다. 그 외 다수 ...

 

(테마파크에서 '새치기 허가증'을 입장료의 두 배를 내고 살 수 있다. 기다리지 않고 바로 놀이기구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이다.) 이에 한 논객은 "예전에는 테마파크로 놀러온 가족들이 민주적 방식으로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 이제 놀이공원에서의 줄서기가 평등이 위대한 상징이었던 시대는 지났다."

 

직원들이 스스로의 건강을 향상시키도록 당근과 채찍을 함께 사용하는 기업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현재 미국 대기업의 80퍼센트가 건강 증진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직원에게 재정적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또한 거의 절반에 달하는 기업들은 건강에 바람직하지 못한 습관을 지닌 직원에게 건강보험료의 본인 부담액을 추가로 부과하는 방식으로 채찍을 가한다. 결과적으로 직원의 건강관리로 기업이 부담해야 할 건강보험, 의료 비용은 엄청나게 이득을 볼 수 있다. 특히 흡연이 그렇다. (남일 같지 않네...)

 

경제학자들은 시장은 재화를 절대 손상시키지 않는다고 가정한다. 하지만, 시장은 사회 규범에 흔적을 남긴다. 이스라엘의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늦게 데리러 오는 부모들을 위해 교사들은 퇴근하지 못하고 부모들이 도착할 때 까지 아이들을 지키고 있어야 한다. 어린이집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벌금제도를 도입했다. 과연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시제로 아이들을 늦게 데리러 오는 경우가 더 늘어났다. 벌금을 매기면 아이를 늦게 데리러 오는 경우가 늘어나지 않고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을 것이지만, 금전적 지불 방법을 도입한 것이 규범을 바꾼 것이다. 예전에는 아이를 늦게 데리러 온 부모들은 교사들에게 미안한 죄책감을 느꼈지만, 벌금이 생기면서 부모들은 '자발적으로 비용을 지불하고 누릴 수 있는 서비스'로 생각했다. 벌금을 마치 요금으로 생각한 것이다.

 

탄소상쇄 정책(기업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양을 계산하여, 개발도상국에 금전적으로 기부하여 자신의 오염배출 행위를 상쇄하는 것)이 중세시대 죄인들이 죄를 용서받기 위해 교회에 돈을 지불하고 샀던 면죄부와 다를게 무엇인가? 어린이집에 늦게 아이를 데리러가는 부모에게 그 행위를 부추기는 모순이 발생하는 것과 같다.

 

인센티브는 쓸 거면 "충분히 많이 지급하든지 아니면 전혀 지급하지" 말아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예를 들어, 핵 폐기물 처리장 건립을 위해 주민들에게 아예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는 편이, 조금의 보상금을 지급하는 것보다 좋은 실적을 보인다는 것. 보상금의 금액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아예 안주는 것보다는 더 좋은 실적을 보인다. 인센티브는 확실히 제공되지 않으면, 오히려 공공정신이나 자발성에서 우러난 활동에 대한 헌신이 제대로 취급 받지 못한다는 반발심이 생기게 된다.)

 

밀어내기 효과는 경제학에서 가장 중요한 이례적 현상이다. 금전적 인센티브를 인상하면 공급이 늘어난다는 가장 근본적인 경제학 '법칙'을 거스르기 때문이다. 밀어내기 효과가 작용하는 경우에는 금전적 인센티브를 인상하면 공급은 늘지않고 오히려 감소한다. (시장이 비시장 규범을 밀어내는 현상은 예를 들어, 헌혈의 경우 기증받는 경우가 혈액은행을 통해 돈을 받고 행해지는 경우보다 시민들이 훨씬 더 활발하고 적극적이라는 것에서 찾아볼 수 있음. 혈액을 일상적으로 사고파는 상품으로 보기 시작하면 혈액을 기증하겠다는 도덕적 책임감이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혈액의 거래가 확산되면 혈액을 무료로 기증하는 관행까지 함께 감소된다.)

 

기업이 직원의 생명보험에 가입한다. 직원이 죽으면 직원의 가족에게 보험금이 전해지는게 아니라 회사가 보험금을 받는다.(직원의 사망으로 회사에 손실을 입게되므로 라는 명목으로) '청소부 보험'이라고 불리는 이 보험은 이미 미국의 많은 기업들(특히 금융 기업들) 사이에 만연한 상태이다. 심지어 일부 은행은 직원 뿐 아니라 예금주와 신용카드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생명보험에 가입하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대상자는 본인의 이름으로 기업에서 생명보험에 가입되었는지 조차 알지 못한다.) 유족에게 안전망 역할을 해주었던 생명보험이 어떻게 기업 재정 확보의 전략으로 전락했는지를 보여주는 예이다. 또한 직원의 가치를 직원의 업무에서 찾지 않고 직원을 증권/선물로 다루게 된다.

 

월스트리트에서 만든 새로운 파생상품 중 사망시장을 대상으로 한 '생명보험 증권 채권'이 등장했다. 늙고 병든 사람들이 본인의 생명보험을 일정금액을 받고 금융사에 팔고 금융사는 그 사람들이 죽으면 사망보험금을 받는 형태로 전매하였고, 미국 금융사는 총액 26조 달러의 생명보험 증권을 확보했다. 이 상품에 일반 소비자들은 펀드에 가입하는 것처럼 가입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의 죽음을 가지고 도박을 하는 것과 다를 것 없는 그런 상품이다.

 

마크 맥과이어가 메이저리그 홈런 기록을 갱신 할 때 홈런볼을 획득한 팀 포너리스라는 팬은 공을 팔지 않고(맥과이어의 홈런볼 중 최고가는 300만 달러) "맥과이어씨, 이공은 당신 것입니다."라고 말하면서 즉시 맥과이어에게 건네주었다. 야구공의 시장가치가 워낙 컸으므로 이 너그러운 행동으로 포너스리는 TV 토크쇼에도 초대되고, 백악관에 초청받아 클린턴 대통령도 만났고, 어린아이들에게 올바른 행동에 관한 강연도 했다. 하지만 경제학자, 칼럼리스트는 "우리 대부분이 일상생활의 돈 문제에 있어서 중대한 실수를 저지르게 만드는 전형적 태도의 예"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환경규제 분야에서는 '헌신적 운동가들과 변호사들'을 밀어내고 '비용-수익 분석에 유능한 사람들'로 대체되었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는 '똑똑한 경제학자들과 MBA'가 과거 영향력을 행사했던 현명하고 젊은 변호사들 보다 더 중요해졌다. 또한 월스트리스는 말로만 떠드는 사람들을 끌어내리고 컴퓨터에 정통한 정량 분석의 귀재들로 하여금 복잡하고 새로운 파생상품을 만들도록 했다.

 

1990년 대 이후부터, 재정이 좋지 않은 미국 공립학교에서는 기업들이 만든 교육자료를 통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맥도날드, 허쉬초코렛에서 제공한 교육자료로 영양에 대해 배우고, P&G는 일회용 기저귀가 지구환경에 유익한 이유를 설명하는 자료를 무료로 제공한다. 업계가 제공한 자료들은 본인 회사에 유리한 내용들 위주로 설명되어 있고, 아이들에게 어릴적부터 기업이름과 로고를 마음에 새기게 한다는 문제점들이 발생하고 있다.

그 외

아래 동영상은 <Justice> 강의 홍보 동영상이다. 총 12강으로 이뤄진 전체 강의는 iTunes U 혹은 Snow 에서 볼 수 있다.

 

사회 불안 요소 중 하나인 양극화나, 꿈을 잃어버린 20대의 모습, '경제적 성공'만이 인생의 목표라고 생각하게 되는 사회적 현상들, 젊은 나이에 공부나 경험보다 카페 운영이나 인터넷 쇼핑몰 같은 자영업 한 방에 기대고 있는 일그러진 우리들의 모습들에서도 오버랩 되는 내용들이 많았다. 언젠가부터 그러려니 했던 많은 일들이나 '트렌드'라고 치부했던 경제적/사회적 변화들에 우리들의 고민과 준비가 너무나 부족한건 아닌가 싶다. 신자유주의, 시장만능주의를 내세웠던 가카가 떠오르는 것도 아쉬움 때문일꺼야... 더 슬픈건 마이클 샌델도 과거 보다 엄청난 판권을 국내 출판처에 요구했다는 후문...

 

Fine. x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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