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최근 '장기기증' 관련 기능을 추가한 것을 계기로, 그들의 '보이지 않는 손'(아담 스미스의 그것 아님)의 힘이 갖는 위험성에 대해 '뻘'생각 좀 해봤다.

절대 마크 저커버그가 나와 나이가 동갑인데도, 마크 혼자 잘나가서 질투하고 그런거 아니다. 그래서 과거에 블로그에 유쾌하지 않은 '개인정보 활용 동의'와 <생각 조종자들> 포스트 올린거 아니다.

소셜 미디어와 IT 산업의 미래가 걱정 되서 그런거다(굳이 내가 그럴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이만하면 배경설명은 충분(?)한 것 같다.

 

페이스북의 새 기능 '장기 기증' 정보 입력

페이스북이 세계를 주무르고, 대중을 좌지우지 하는 '보이지 않는 손'을 확보했고 사용하기 시작했음을 확신하게 된(위 두 포스트를 적을 때에는 의심수준이었음) 계기는 페이스북이 장기기증에 관한 기능을 새로이 추가한다는 기사를 읽고나서였다. (12년 5월 1일자 기사, 참고: Facebook Organ Donation: How Does It Work?)

시기적으로 페이스북 관련 기사들은 IPO 이슈와 저커버그의 결혼(중국계 여자친구)에 대한 것이 대부분일 때 였는데 약간은 쌩뚱 맞은 주제였기에 눈에 띄었다.

그래서 갑자기 왜 '장기기증 기능이지?'라는 의문이 들었다. 매체들은 마크 저커버그가 스티브 잡스와 의대생인 여자친구에게 의해 영향을 받았다는 의견들이 대부분인데, 마크 저커버그 본인의 의견은 아래 동영상에서 들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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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미국의 토네이도나 일본의 지진과 같은 재난이 닥쳤을 때 페이스북을 통해 가족들이 어디에 있는지 찾고,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도 받는 등 사회 전반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 변화하고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것을 보면서, 이러한 시도가 더욱 필요하다고 느꼈다"는 말로 인터뷰를 이끌어나갔다. (소셜 미디어의 위대한 순기능이다.)

페이스북은 그 시도의 일환으로 페이스북에 장기기증 기능을 새로 추가했다. 그리고 페이스북의 장기기증 기능이 많은 사람들에게 장기기증의 장점과 필요성을 널리 인식시키고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영향을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장기기증 기능은 Timeline내 Life Event-Health 카테고리에서 넣을 수 있다. (저커버그가 장기기증 참여 결정은 인생의 중요한 선택, 순간으로 인식해야한다고 강조했기에 Timeline - Life Event에 구현했다고 함) 더불어 그 장기기증 Life Event는 등록하는 화면에서 실제 행정적 절차나 협회에 가입/등록하는 바로가기 링크도 함께 제공한다. (아래 동영상에 등록법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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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아직 우리나라에는 적용이 안된상태이다. (공식 장기기증 협회나 제도등이 잘 갖추어져있는 나라 위주로 시작. 페이스북 내 관련 정보)

 

훌륭하다. 페이스북. 박애주의 정신.

그리곤 한 달이 지나 어제 본 페이스북 장기기증 기능의 '영향'에 대한 기사. 페이스북의 장기기증 기능이 네브라스카 주의 장기기증 참여자를 동기간 6배 이상 증가시켰다는 소식! (참고: Facebook Linked To Large Increase In New Organ Donors)

지나쳐도 될 법한 기사였지만, 오히려 이 일을 계기로 페이스북이 갖고 있는 거대 잠재적인 힘 '보이지 않는 손'이 걱정됐다.

다수의 이익과 불우한 사람을 돕는 일을 권장해야하고 칭찬받아야 함은 마땅하지만, 그 목적 때문에 과정의 위험성이 간과되서는 안된다. 이 과정에서 페이스북은 그들의 '색깔'을 분명히 했다.

 

 

페이스북의 '색깔'

 

1. 페이스북은 사용자들을 'Push', 'Urge' 한다.

페이스북은 우리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글을 올리고, 사진을 올리고, 내 위치를 입력하고, 친구 관계를 맺고, '좋아요'를 누르며, 여러 링크를 걸고/클릭하고, 기업의 페이지를 검색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한다. 거기에 내 고향, 출신학교, 직장, 취미, 종교, 정치적 성향, 연애 상황 등 세세한 부분까지 나 자신을 표현할 수 있게 구성해 두었다. (나도 꽉꽉 채워서 개인정보 다 입력했다)

바로 여기에서 페이스북은 힘을 갖는다. 예를 들어, 나를 나타내는 정보에 '종교'란이나 '정치'란을 없앨 수도 있고, 연애 상황과 관심사에 '동성애'를 허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는 쉽게 인지하지 못하지만 입력을 해야할 것 같은, 클릭을 해야할 것 같은 '빈 항목'을 만들고 그 정보를 활용하는 것. 그것이 플랫폼이자 정보 획득자로서 페이스북이 갖는 '보이지 않는 손'이 되는 것이다.

이번에 장기 기증이 그 '빈(넣어야만 할 것 같은) 항목'이 된 것이다. 거기에 단순히 '장기 기증'을 지지한다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 장기기증자로 등록하는 절차, 협회 링크를 배치해서 사용자들을 Urge, Push 한다. 이것은 단순 정보를 입력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우리의 행동을 변화시킨다. 페이스북은 장기 기증의 인식 확산을 위함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장기 기증은 옳은 것. 페이스북이 지지하고 선호하는 행위'라는 본인들의 철학을 우회적으로 표현한다. 따라서 페이스북 사용자가 페이스북의 철학에 반대하는 것,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는 것이 '부자연스러운'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이는 페이스북 프레임과 정책의 중립성과도 연관이 있는 중요한 문제이다. (사회적으로 채식주의자, 환경운동가, 커피애호가 등이 '쿨해보인다'는 인식을 갖는 것이 매체와 유명인의 영향이라는 것도 비슷한 맥락.)

페이스북은 이미 '그렇게 해야할 것 같은' 문화를 만들 수 있는 힘을 갖게 되었다.

비현실적일 수 있지만, 만약 페이스북이 개인정보란에 연봉을 입력하라고 한다면? 혹은 기부나 헌혈의 이력을 입력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면? 모든 기능이 사용자들의 생각이나 행동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2. 불만이 있으면, 사용자에게 떠나라고 한다.

페이스북은 당당히 '매수자 위험 부담 원칙'을 사랑하고 강조하고 있다. (사용자들이 프라이버시 정책의 지속적인 변경, 약화에 항의하면, 저커버그는 ‘매수자 위험 부담 원칙’, 즉 페이스북의 사용을 원하지 않으면 할 필요가 없다는 자세로 대응한다. 통신회사가 “누군가가 전화 통화를 엿들을 수 있다”라는 고객의 항의에 대해 “원하지 않으면 전화기를 사용하지 말라”라고 대응하는 것과 마찬가지)

그래서 그들은 구글이 과거에 그랬듯이 '우리가 옳아. 우리의 길을 가자.'와 같은 의견과 추진력이 그들의 장점이자 불안요소이다. '보이지 않는 손'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우리에게(지금으로서는) 없다는 것이다. 무섭다.

 

 

이번 포스트에서 내 의견이 다분히 OVER REACTING 일 수 있다. (사실 제발 그렇길 바란다)

내가 저커버그라면 충분히 '오용, 남용, 악용' 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권력'을 어떻게 써볼까에 매순간이 행복 할 것 같았다. 그래서 그걸 경계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이 생겼다. 특히나 개인정보나 정책과 관련해 '모범생'인 트위터에 비해 '불량학생'인 페이스북이라면 더더욱.

어떠니 마크? 들켰지?

 

Fine. x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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