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이야기 (이지훈 저)
현대카드의 기업문화와 일하는 방식에 대한 벤치마킹 북 <현대카드 이야기>
아래와 같은 내용이 궁금하다면, 충분히 읽어볼 가치가 있다.
- 어떻게 다소 딱딱한 이미지의 모그룹인 현대에서, 지금처럼 트렌디하고 '간지나는' 현대카드가 탄생할 수 있었는지
- 시작부터 현재까지 매년 화제가 되는 현대카드의 광고, 기획, 신제품, 문화행사들의 전략과 직원들의 뒷 이야기
- CEO 정태영의 경영철학, 커뮤니케이션 스타일과 고집
- 독특한 현대카드의 사내 제도와 문화 , 현대카드가 선호하는 인재상 등 현대카드 내부 이야기
저자의 변
현대카드라는 기업이 내뿜는 이지적이고 차가운 이미지가 왠지 불편하고, 현대카드가 광고를 통해 유도하는 소비의 양식이 과연 이 시대의 건전한 소비 모델인지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가맹점 수수료와 대출 영업에 기반한 현대카드의 사업 모델, 나아가 금융업이 우리 사회에 궁극적으로 어떤 가치를 주는지에 대해 보다 깊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의문에 대해서는 대답하지 않는다. 이 책을 쓴 취지는 내게 맞는 기업문화를 만들고 가꾸기 위해 현대카드의 방식을 참고할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이다. 현대카드의 사업 모델과 기업 문화를 베끼자는 것이 결코 아니다.
이 책을 쓰기 위해 2년간 정태영 사장을 10회 이상 심층 인터뷰했고, 현대카드 여러 계열사와 협력업체는 물론 경쟁업체 임원도 많이 만났다. 현대카드에 대해 알고 싶고, 가보고 싶은 사람들을 대신해 필자가 직접 가서 보고, 듣고, 배우고, 느낀 것을 전달하자는 생각으로 썼다. 하지만 이 책은 현대카드를 벤치마킹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실전적인 가이드북이지, 기업분석 보고서가 아니다.
<현대카드 이야기> 정리
저자가 책 내용의 챕터 별로 정리한 경영현장에서 접목 가능한 현대카드의 업무 실전 노하우에 책에 나온 사례들을 덧붙여보았다.
1장 실행하는 방식
- 1년에 두 차례 부서별 평균 결재시간을 측정해 공개한다. : 평균 결재시간 10.5시간. 1년에 두 차례, 결재시간 성적표를 부서별로 공개해 신속 결재 경쟁을 유도
- 전자결재시스템에서 결재권자가 24시간이 경과해도 결재를 하지 않을 경우 감사실에서 경고 메일을 보낸다.
- 임원 회의는 토론과 의사결정에만 집중한다. 업무 보고는 이메일과 인트라넷으로 사전에 공유한다.
- 임원 회의 안건으로 올라온 중요 결정은 끝장 토론으로 한번에 내린다. * 포커스 미팅: 부서장-임원 회의로 결정을 후일로 미루지 않고 그 자리에서 하는 것을 원칙으로 끝장 토론을 벌이는 회의
-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행했다가 실패하더라도 발안자를 문책하지 않는다.
- 인사평가 시 새로운 일을 얼마나 벌이고 추진했는가를 전체 배점의 40% 이상 반영한다. (가장 문제는 뭔가 일을 벌였다가 실패한 사람이 아니라 아무 아이디어도 없는 사람이고,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이 정태영 사장의 주장이다.)
2장 소통하는 방식
- 분기에 한 번씩 A부서 간부가 B부서에 가서 일하는 '홈앤드어웨이' 제도를 운영한다.
- 한 달에 한 번 강당에 모든 임원이 함께 모여 일하는 제도를 운영한다. * 마켓 플레이스 : 50명이 넘는 임원들이 한 공간에 모여 각자 업무도 하고 대화도 나누고 아이디어 회의도 하는 등 아날로그적인 접촉을 회복하고자 도입한 제도
- 1년에 한 번 사내 모범사례 발표 행사를 갖고 시상한다.
- 각 부서가 다른 부서들을 평가하도록 해 합산된 점수에 따른 순위를 공개한다.
- CEO가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SNS를 통해 주 1회 이상 소비자와 직접 소통한다.
- 회의 때 침묵하면 죄를 짓는다는 느낌이 들도록 한다.
SNS는 기업 환경에 생각보다 훨씬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전혀 새로운 소통창구이자. 마케팅 구조까지 바꾸고 있습니다. 10년 전에는 HP나 소니와 같은 기업이 만드는 제품에만 관심이 많았지만, 이제는 사람들이 기업 자체에 관심이 많습니다. 누가 이 물건을, 왜 만드는지에 관심이 많습니다. 기업과 제품을 동일시 하는 것이죠.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광고의 시대'는 끝나고 '기업의 자기 표현 시대'가 왔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밀어내기 식으로 광고하는 것보다 우리 기업이 왜 이런 일을 하는지를 다양한 루트로 알려야 합니다. 그러려면 CEO가 SNS를 잘 알아야 합니다. 제가 SNS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SNS를 이해하기 위해서 입니다. - 정태영 사장
3장 혁신하는 방식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 때 기존 회사들이 외면하는 비즈니스 모델에 주목한다.
- 예전에는 연회비가 10만원만 넘어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현대카드이 블랙카드와 퍼플카드는 연회비가 각각 200만원, 60만원에 이른다. 현금 대신 쓰는 결제수단으로서의 신용카드라면 1년에 굳이 200만 원이나 내면서 쓸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런 상품은 단순한 카드라기보다는 자신의 신분과시, 사교와 네트워킹의 플랫폼, 문화생활의 수단, 제2의 명함이라는 의미를 갖는, 완전히 다른 카테고리이자 상품이다.
- VVIP카드 자체는 사업자체로 가입고객들에게 혜택을 많이 주기 때문에 대부분 적자를 보고있고, 그 손실을 연 20%대 고금리의 대출 수익으로 메운다. 적자를 보지만 마케팅 측면이나 브랜드 가치 상승, 고객관리 측면에서 신규고객 유치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현대카드에서는 VVIP와 관련된 기획과 컨텐츠는 더 많아지고 확대되고 있다. 신한카드는 이것이 불공정한 영업이라는 결론을 내려 VVIP 상품을 출시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 현대카드의 10년간의 고집, 브랜드의 확립은 오너 경영자라서 가능했다. 월급쟁이 은행의 경영자는 단기 실적과 자신의 업적을 위해 안정성을 택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고하는 경향이 있기에 현대카드와 같은 방향과 색깔을 갖기 불가능 했다.
후발업체라면 디자인부터 광고까지 선발업체와 전혀 다른 분위기에 다른 관점을, 다른 방법으로 이야기 한다.
- 우리는 본처가 아닌 세컨드. 급여통장과 연계돼 있고 현금카드 기능이 있는 은행계 카드가 본처라면, 현대카드와 같은 비은행계 카드는 후처일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그래서 현대카드는 고객의 환심을 사기 위해 치장도 많이 하고 남들이 안 하는 이상한 짓도 자주 벌인다. 후처의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자신만의 노하우, 자신만의 룰이라 할 것이다.
- 기업을 알리는 데 광고 외에 이벤트와 사옥, 사무용품까지 모든 것을 표현 수단으로 활용한다. : 현대카드 사옥 리뉴얼 공사시 사옥 주변의 식당들의 간판 리뉴얼도 같이 해주었다고 한다. (물론 현대카드의 비용으로) 현대카드의 일관성이 엿 보이는 부분이다.
4장 집중하는 방식
- 신제품의 표적 고객이 누구인지 초점을 좁고 명확히 한다.- 30대는 신제품에 호기심이 강하고 20대와 달리 돈도 좀 있는 나이다. 그래서 30대 남성을 타깃으로 정한것이다. 표적 고객을 정한 뒤에는 광고도 철저히 이들에게 집중했다. 광고를 젊게 만든 것이다. 40~50대들은 현대카드 광고를 보고 "광고를 왜 그런 식으로 하느냐"고들 했지만, 현대카드 사람들의 내심은 이랬다. '우린 아저씨 같은 분들 관심 없어요. 신경 쓰지 마세요. 우린 젊은 물에서 놀 테니까.'
- 신제품 개발 시 시장조사에 의존하지 않는다.
- 인재, 브랜드, 기업문화 같은 '보이지 않는 자산'을 정기적으로 측정하는 시스템을 만든다. 또한 이것이 '보이는 자산' 이상으로 중요하다는 점을 CEO가 수시로 강조한다.
- 재무부서의 사명은 "미래를 내다보고 큰 돈을 쓰는 데는 관대하고, 단기적 성과를 내기 위해 일회성 돈을 지출하는 일을 막는 것"이다.- 정태영 사장은 전략이 실행시에 훼손되는 것 (전사적으로 경비 절감을 위해 예산을 줄여야 합니다. 인력 충원 TO가 없습니다. 등의 사유로)이 가장 나쁘다고 경계한다.
- CI 매뉴얼을 만들어 직원의 옷차림과 글씨체까지 모든 표현 수단에 일관성을 유지하도록 통제한다.
5장 융합하는 방식
- 경력직 채용 시 50% 이상을 다른 업종에서 선발한다. - 경력직 입사자 중 62%, 임원 중 70%가 비금융권 출신이다. 호텔 출신, 럭셔리 브랜드 출신, 광고, 디자인 회사 출신, 컨설팅회사 출신, 연예 기획사, 영화관, 포털사이트 등
- 직원이 가고 싶은 부서에 스스로를 '매물'로 내놓고, 인력이 필요한 부서는 사내 공보하는 인력 장터를 운영한다.- 현대카드 커리어 마켓: 현대카드, 캐피탈의 인사제도. 직원들이 스스로를 매물로 내놓기도하고, 인력이 필요한 부서에서 필요인력을 사내공보하기도 한다. 제약이 거의 없고 자발적으로 선택한다는 측면의 시사점이 있다.
- 임직원 해외 출장 시 업무와 관련된 일정의 두 배를 머물다 오게 한다. 해외 문화 체험을 하도록.
- CEO와 임원이 1년에 한 번 해외로 함께 나가 각 분야의 세계 최고 모범사례를 경험하는 제도를 운영한다.
- 업무 제휴가 필요하면 어려워도 세계 최고 회사들과 손을 잡는다.- 현대카드는 세계 최고와만 손을 잡았다. GE캐피탈, 산탄데르 (금융) 휴잇, 베인앤컴퍼니(컨설팅), 펜타그램(서체, 모노클), 레옹 스톡(디자인), 홈페이지 아이데오 (디자인), 콘서트홀은 세지마 카즈요 (프리츠커상 수상자)
- 광고 시안은 CEO부터 관련 임원, 팀장까지 한 자리에 모여 한번에 결정한다.
그 외 자잘한 이야기들
- 시간의 강박이 보이는 예- 사내 메신저와 전화기가 연동되어 있어 번호를 누르는 번잡함 없고 잘 못 누를 가능성도 사라지는 사내 시스템. 사소한 곳에서까지 시간의 누수를 막으려는 치밀함이 엿보인다. (밖에서만 가고자 하는 층을 누를 수 있는 엘리베이터. 4대의 인공지능 엘리베이트 설치 후 기존 대기시간 48초를 20초로 단축했다.)
- 전문 해커 일당이 40만 명의 고객정보를 해킹한 사건으로 정태영 사장은 금융당국으로부터 CEO 자격 정지를 당할 뻔했지만, 신속하고 투명하게 대처했다는 점이 참작돼 경징계인 '주의적 경고' 조치를 받아 CEO직을 유지할 수 있었다.
- 성과급은 최저로 받는 직원과 최고로 받는 직원이 7.5배 차이가 난다
- 현대카드에서는 본인들의 기획 및 디자인 역량을 서울역 버스 승강장, 제주도 올레길 이정표 등을 통해 사회에 기부하였다. pro bono(공익을 위하여라는 뜻)
- 현대카드는 금융회사라 오프라인 판매는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Privia를 통해서만 구입이 가능한 이유.
좋았던 것, 아쉬웠던 것
Pros.
- 일전에 리뷰했던 <PRIDE>는 현대카드 내부에서 만든 업무 매뉴얼을 다듬어 출간했기 때문에 상세한 사례나 에피소드, 임직원/관계사의 인터뷰 등이 없어 아쉬웠다. 반면 <현대카드 이야기>는 조선일보 경제부장, 전 위클리비즈 편집장인 저자가 2년 동안 현대카드를 밀착취재 한 결과를 기반으로 썼기 때문에 <PRIDE>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디테일이 강하고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었다.
- 직장인으로서 국내 회사 중 다른 산업 도메인의, 다른 업무 직군, 임원들의 이야기를 간접 체험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은데 <현대카드 이야기>는 직장인으로서 유익한 내용이 많았다.
- 그나저나 정태영 사장은 오너가의 경영자이지만 꼭 외국에서 영입한 전문 경영인의 느낌이다. 트렌디하고 시원시원하지만 현대카드만의 원칙을 만들었다. 매력적인 CEO (물론 안에서 같이 일하는 입장에서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Cons.
- 현대카드를 '찬양'하는 내용이 많은 것은 어쩔수 없다 싶지만, 손발이 오그라들정도의 극찬은 (정태영 사장이 스티브 잡스와 비교되고, 대기업의 배경을 갖고 시작한 현대카드가 실리콘 밸리의 스타트업 기업에 빗댈때, GE와의 합작을 과하게 미화할 때 등) 불편했다.
- 책 전반에 저자가 자꾸 등장시키는 경영학자 톰 피터스의 이론과 맥킨지를 필두로 내세우는 컨설팅 펌과 방법론에 대한 이야기는 짜증스러울 정도로 칭찬 일색. 현대카드 성공사례에 집중하기에 방해가 될 정도로 거북했다.
- 표지 디자인이 <PRIDE>에 비해 촌스러웠다.
Fine. x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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