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케이 디자인>은 도서관 간행물실에서 후루룩 넘겨보던 잡지였다(일어를 모르니 사진만 보고). 전체적으로 구성이 깔끔하고 특히 사진이 좋았는데, 그 기억 덕분에 닛케이 디자인에서 엮었다는 <결국, 디자인>도 가볍게 보기 좋겠다는 기대로 접했다.

<결국, 디자인>은 디자인 전문지 <닛케이 디자인>에서 다뤘던 '주목할만한' 디자인 사례들과 CEO의 인터뷰들을 싣고있다.

<결국, 디자인>에서 다룬 기업들은 (들어본, 익숙한 기업순으로 카테고리 화 함) 아래와 같다.

  1. 다이슨, 닌텐도, 무인양품, 엘레콤,
  2. 닛세이 식품, 미야케 잇세이, 이데아 인터내셔널, 마루한,
  3. ABC 쿠킹 스튜디오, 파크 코퍼레이션, 라쿠에, 호시노 리조트, 하구루마 봉투, 타비오, 카모이 가공지, 마루모 인쇄, 모모세 다다미, 미야자키 의자,아카리네, 히카리 미소, 에스테 화학,  제이아이앤, 스마일즈, 마루야

'다이슨'외에 거의 모두 일본 브랜드이고 제품, 산업 디자인 측면에서 공산품에 국한되지 않고 숙박업, 농업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 걸쳐 디자인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미지와 함께 몇 개 기업의 사례를 정리해 본다.

 

소니

소니의 바이오노트 PCG-505는 서브 노트북, PC 붐에 불을 붙인 제품이다. 당시 PC는 은색, 검정색이 주류였지만 보라색을 채용해 화제가 됐다. 디자인은 소니 디자이너였던 고토 테이유가 했다.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의 플레이스테이션. 이 디자인도 역시 고토 씨가 담당했다.

디자이너에는 두 가지 타입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야구에 비유하면 선발투수형인가, 중간계투형인가 하는 것이죠. 전자의 선발투수형은 전혀 새로운 사업이나 상품을 만들 때 힘을 발휘하는 타입이고 후자의 중간계투형은 기존의 디자인이나 상품의 리뉴얼, 리모델링을 잘하는 타입입니다. 현재 디자이너는 압도적으로 중간계투형이 많죠. 제조업 중심의 사업 모델이 그렇게 만든 탓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부터 기업 경영자는 선발투수형을 육성하고 활용해야 합니다. 소니에는 VAIO와 플레이스테이션 디자인을 담당한 고토 테이유가 이런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이데이(소니 전 디자인 임원)

 

다이슨

다이슨 사장은 "다이슨에 디자이너는 없다. 있는 것은 엔지니어 뿐"이라고 단언한다.

"다이슨에서는 디자인과 엔지니어링에 경계를 두지 않고 제품 개발에 임하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직원도 있지만 디자인만을 위해 고용한 직원은 없어요. 전직원을 엔지니어라 부르고 엔지니어가 스케치를 하면서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이슨에는 사내 직원의 피드백 시스템이 있다. 직원이 회사 밖에서 청소기에 관한 의견을 들었을 경우에도 빠짐없이 다이슨 사장에게 보고한다는 원칙이다. 친구나 가족, 누구의 의견이라도 좋다. 제품에 대한 온갖 의견을 모두 다이슨 사장에게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

탄소섬유 브러시를 탑재한 모터헤드를 사용한 '다이슨 디지털슬림 DC35 멀티플로어'. 미래형 청소기의 전형처럼 느껴진다.

 

타비오

타비오 어버이날용으로 배포한 탬플릿. 누구나 가진 양말에 얽힌 추억을 이미지화해 어필하고 있다.

타비오는 아이패드 용 동영상 카탈로그, 인터넷 쇼핑몰 사이트 디자인 리뉴얼 등을 통해 직귀율(첫 페이지만 보고 가는 비율)이 40%에서 30% 미만으로 개선했다. 가입회원수는 2.5배 이상 늘고, 페이지뷰는 3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와 더불어 방문객의 평균 이용 단가가 2,000엔대에서 3,000엔대로 올라, 매출액이 3배 이상 증가했다.

 

무인양품(MUJI)

"디자인은 지금껏 오직 일부 부유층을 위해서만 제공되어왔습니다. 이제부터는 보다 많은 사람들의 생활을 여유롭게 하기 위해 디자인을 활용해야 합니다." -무인양품 가나이 마사아키 사장

MUJI에서는 디자이너에게 디자인비용을 지불할 때 인지도에 관계없이 정해진 룰에 따른다. 기본적으로 로열티를 주는데, 그리 높지 않은 요율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일하고 싶어하는 디자이너는 많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로열티가 높지 않아도 많은 양을 판매할 수 있는 판매력이 있다는 점이다. 또한 MUJI의 상품을 디자인했다는 것이 디자이너에게 좋은 포트폴리오가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신기하거나 개성적인 디자인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에 맞는 최적의 형태를 만든다는 순수한 철학을 가진 회사이기 때문에 실력을 발휘하는 보람이 있다.

 

하구루마 봉투

하구루마는 무늬 디자인을 디자이너에게 의뢰할 때 예외 없이 철저히 하고 있는 기준은 10년 전의 자신, 10년 후의 자신이 봐도 그 디자인이 좋다고 여기겠는가 하는 점이다.

"유행을 좇으면 단기적으로 이익을 내려고 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무리하게 판로를 넓히거나 브랜드를 훼손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하구루마의 사장 스기우라

 

이데아

도넛 모양의 연기가 나오는 Wacca 아로마 디퓨저

뮤직벌룬 2010 iF디자인상

송풍구가 자바라로 된 선풍기 엘레판(ELE-FAN)은 독특한 형상으로 화제를 모았다

 

아오야마 플라워 마켓

파리의 시장을 이미지화한 아오야마 플라워 마켓의 점포. 신선한 꽃을 항상 준비하기 때문에 꽃을 오래 보존하는 냉장 쇼케이스는 두지 않는다.

 

라쿠에

라쿠에는 양배추 작물 등을 파는 '농업법인'인데 아트 디렉터가 있다.

박스를 쌓아 올렸을 때, 어느 방향에서 봐도 로고가 연속된다. 멀리서 봐도 식별할 수 있는 굵기로 선을 반복했다.

유니폼으로 농가의 이미지를 개선한다.

"1차 산업은 지금까지 디자인이 끼어들기 어려웠던 분야입니다. 그런만큼 오히려 디자인의 개입으로 크게 인지도가 상승할 수 있었고 보람도 컸습니다."

 

아카리네

아카리네 001

이 제품을 개발한 아카리네의 모리미야 유지 사장은 우선 호텔에서의 수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래서 조명과 스피커를 일체화해서 좁은 호텔 공간이라도 도입하기 쉽게 하고, 전등갓에 은사를 써서 조명으로서 인테리어와 조화를 이루는 디자인을 추구했다. 아카리네 001은 스피커와 무선으로 접속하기 때문에 손 안의 스마트폰을 조작해 그 안에 들어있는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동시에 웹 브라우징을 즐기는 등 집에서 음악을 즐기는 스타일을 크게 바꿀 수 있다.

모리미야 사장은 과거 소니의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비디오 카메라 등의 디자인을 담당했고 소니가 론칭한 고급가전 브랜드 '퀄리아' 시리즈의 크리에이티브 디렉션을 담당했다. 그 후 선행개발 디자인을 담당하다 소니를 퇴사하고 2010년에 아카리네를 설립했다.

 

닛세이 식품

"고객이 친근하게 여겼던 컵누들이 전혀 다른 것이 되었다고 느끼면 안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용기의 소재가 바뀐 것을 굳이 의식하지 않도록 우선 감촉을 중시했습니다. 발포 폴리스틸렌 용기와 똑같은 감촉을 얻도록 종이 용기 표면에 발포시킨 폴리에틸렌을 코팅했죠. 입이 닿는 컵의 입구도 일반적인 종이컵은 둥근 것이 보통이지만 이전의 용기와 같게 하려는 의도로 사각형태로 만들었습니다. 물론 제조 비용은 오르지만 컵을 들었을 때의 감촉이나 혀끝에서조차 먹는 즐거움이 변해 버리기 때문에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었어요."

닛세이 식품 컵누들의 패키지 디자인은 40년 전 발매 당시부터 거의 변하지 않았다. 긴 세월 동안 소비자 안에서 길러진 브랜드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디자인까지 세심하게 배려하면서 친환경 대책을 실현한 것이다.

고객의 세대교체를 도모하는 데 효과적인 것이 바로 디자인이다. 브랜드로서 계승해야 할 근간은 남기면서 시대에 따른 수정을 가해 새로운 세대에게 사랑받는 것으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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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회

책 서문에 "경영자 스스로가 '디자인 경영 선언'을 하고 디자인에 주력해온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한국 기업이 해외에서 약진하는 사례를 보면 분명합니다. 오늘날 기업이 해외에서 한국 기업에게 역전 당한 요인 중 하나는 디자인에 무관심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라는 메세지가 있다. 우리는 아직도 우리나라 기업의 제품에 디자인적 만족도가 떨어지는데, 일본 입장에서 근래의 우리기업의 성장을 디자인에 대한 관심, 집중에서 찾는 다는 점이 아이러니컬했다.

일본이 요즘에는 여러가지 이유로 침체기에 있는데, <결국, 디자인>의 여러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 디테일의 힘과 집요함, 특유의 담백한 휴머니즘는 정말 강했다(라쿠에의 양배추 상자보고 많이 놀랐다!).

<결국, 디자인> 처음에 집어 들 때는 소니 워크맨이나 유니클로 이야기만 있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있었는데, 넓은 범위에 여러 방식의 디자인 혁신 사례를 다뤄서 알찼다. 어릴적부터 지금까지 디자인 잘하는 사람이 이상하게 좋다.

 

 

Fine. thy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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