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업이 아니고 역량도 없지만 버리지 못하는 욕심이자 꿈이 두 가지 있는데, 그게 건축과 안경 디자인이다.

특히 안경은 내 몸의 일부처럼 느껴지기에 애착이 크다. '내 손으로 안경을 만들고 싶다!'는 로망...

우연찮게 좋은 기회를 얻어 그 로망을 실현한 '안경 만들기 행사' 체험을 소개한다.

 

내 손으로 내 안경을 만든다?

안경을 직접 만드는 체험은 국산 안경 브랜드인 젠틀몬스터(홈페이지)의 VISIT 행사(소개페이지)를 통해 참여하게 됐다.

클래식한 뿔테부터 화려한 선글라스까지 선 굵은 디자인으로 유명한 젠틀몬스터. 유명 연예인 착용은 물론이고 평소 아티스트들과 콜라보(젠틀몬스터 블로그 참고)에도 적극적이고, 여러 실험(꽃 안경, 빨대 안경 등)으로 화제가 된 회사다. 실험중에 '의외로' 직접 안경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소망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것에 놀랐고, 이게 자연스럽게 '사람들에게 안경을 만드는 체험을 할 수 있게 해주는건 어떨까?'로 발전했다고 한다.

특히, VISIT 행사 전에 '참가비는 얼마인가요?' 문의 했는데 행사는 모두 '무료'로 이루어진다고 해 더욱더(!) 감동받았다(보통 젠틀몬스터 안경의 가격은 20만원 내외). VISIT은 여건 상 비정기 행사로 선발된 소수인원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다.

 

VISIT 행사 참여 후기를 사진과 함께 간단히 정리해봤다.

 

행사장소인 젠틀몬스터 사무실. 가산동 벤처타운에 여러 IT기업들 사이에 블링블링한 네온사인이 눈에 띄었다.

 

사무실에 들어서는 문. 지하 연구실 느낌의 포스 철철.

 

VISIT 행사

VISIT 행사는 김한국 대표님의 젠틀몬스터 소개, 진행 중인 콜라보 프로젝트들 설명, VISIT 행사 개최의 목적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됐다.

VISIT에서는 시간 관계상 안경 프론트만 제작하고 나머지 후공정은 젠틀몬스터에서 해주시는데, 프론트 작업만 행사동안 4시간에 추가적으로 집에 돌아가서 4시간 정도 더 '다듬는' 공정을 해야했다(사실 요즘 시중에 판매중인 안경은 100% 핸드 메이드가 거의 없는데 (특히 뿔테-에스테이트-의 경우) '진한' 체험 선사를 위해 핸드 메이드로 추진하셨다고 함).

제작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도안 작업 (제작 할 안경의 디자인. 미리 젠틀몬스터 제품 중 하나를 골라, 그것을 기반으로 디자인 수정했음)
  2. 시트 선택 (안경의 색상, 재질을 결정할 소재 선택)
  3. 프론트의 외측 절삭 (실톱)
  4. 프론트의 외측 다듬기 (줄, 샌드 페이퍼)
  5. 프론트의 내특 절삭 (실톱)
  6. 프론트의 내측 다듬기 (줄, 샌드 페이퍼)
  7. 프론트 전면 다듬기 (샌드 페이퍼)
  8. 후 공정 (다리 붙이고 광택제 입히고 등)

 

도안과 각종 공구들. 도안은 젠틀몬스터의 VIVA LA VIDA을 기본으로 약간 수정했다.

 

다음으로 시트를 선택했는데, 가장 고민이 많이 됐다. 참가하신 분들과 서로 좋은 시트지를 차지하려고 경쟁(!) 중인 모습.

 

고민 끝에 남색-검정색-투명이 섞인 시트를 선택했다. 시원한 느낌.

 

프론트 절삭 시범을 보여주시는 젠틀몬스터 김한국 대표님. 행사 내내 옆에서 참가자들을 잘 챙겨 주셨다.

 

톱질 요령이 없어서 초반엔 양 팔에 힘이 많이 들어갔는데, 오랜만에 공예수업 듣는 기분으로 재밌게 했다.

 

사진 찍어주시는데도 고개 푹 숙이고 집중... 계속해서 자르고 깎고 다듬느라 중간과정의 사진은 더 못찍었다.

 

안쪽, 바깥쪽 모두 자르고 줄을 통해 다듬고, 샌드 페이퍼를 신나게 문지르고 나서의 모습. 얼추 도안과 비슷한 결과물.

하지만 아직 후공정하기에는 표면이 거칠기 때문에 광택이 날 정도로 샌드 페이퍼질을 더 해야한다.  그 후 다리를 붙이고 후공정을 하게 된다.

 

집에가서 두 시간 정도 샌드 페이퍼 문질렀지만 아직 모서리는 거칠다.

 

이틀 정도 더 집에서 짬 날 때 마다 '빼빠'질 한 결과, 점차 부드러워지고 광택도 났다.

 

지금 안경은 후공정 중이다. 한 달여 정도 시간이 걸린다고하니... 핸드 메이드 안경에 들어가는 정성을 절감했다(완성품은 추후 포스팅 하는 걸로).

 

젠틀몬스터 김한국 대표님(사진 왼쪽)이 참 부러웠다. 글로벌 탑 브랜드로 거듭날 훗날을 기약하며, '팬심으로 졸라서' 함께 찍은 사진 한 장. 고맙습니다!

 

VISIT 행사 때 선물을 받았는데, 젠틀몬스터가 하는 콜라보와 관련된 것들이었다.

커피를 만든다고 하셨는데, 원두 티백을 주셨다. 담백한 맛이 좋았다.

MOMOT Design STUDIO와 함께한 종이인형 피규어!

어릴적에 프라모델도 안했던 뭉툭손으로 만들기 쉽지는 않았는데, 이 디테일을 보고 있노라니 만들지 않을 수 없었다. 젠틀몬스터 안경도 탈착이다.

 

 

소회

DIY는 처음이었다. 아직 결과물을 보지 못해서 성공이다 실패다를 평가하기 이르지만, 내게 의미있는 안경이 될 것은 틀림없다.

예전에 한번 가죽공예 공방에 방문한적 있는데, 비슷한 느낌이었다. 내 정성이 들어간, 내 개성과 색깔이 들어간 제품을 만든다는 기쁨.

젠틀몬스터의 VISIT 행사는 비영리를 목적으로 이벤트 형식으로 진행됐지만,  이번 행사에 직접 참여한 감흥을 생각해보면 충분히 '안경 만들기 DIY 작업' 자체도 비즈니스 모델로 가치가 있음을 발견했다. 특히나 안경을 쓰는 사람이라면 이 의견에 공감할거라고 생각한다(함께 비즈니스 시작하실분 연락주세요...).

자신만의 제품 철학과 아티스트 콜라보를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젠틀몬스터 덕분에 값진 경험을 했다. 그들이 의도했던 하지 않았던, 과거 젠틀몬스터의 '인터넷 팬'이었던 나는 이 행사를 통해 젠틀몬스터 충성 고객이자 에반젤리스트가 됐다.

 

 

Fine. thy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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