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스몰 (김상훈 저)
인터넷을 통한 제 2의 경제, 공유경제 서비스를 통해 '작지만 큰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들에 대한 이야기. <빅 스몰: 인터넷과 공유경제가 만들어낸 백만 개의 작은 성공>
<빅 스몰>
최근의 기업, 서비스 중 공유경제 사례 위주로 보려고 가볍게 선택했는데 내용이 기대 이상으로 알찼다. IT 전문기자인 저자의 '짬밥'이 느껴지는 탄탄한 경험담과 재밌는 에피소드들이 많았다.
<빅 스몰>에서 다룬 인상적인 기업, 서비스에 대한 내용을 정리해본다.
공유경제 기업, 서비스들
- 국민도서관: 국민도서관은 개인이 갖고 있는 책과 그 책을 보관할 수 있는 공간과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중이었다. 지금까지 발견한 해답은 공유였다. 예전에는 공유될 가능성이 없었던 개인의 책꽂이를 물리적으로 한데 모아놓는다는 발상은 새로운 일을 가능하게 했다. 단순히 공간을 마련해 책을 쌓아놓는 일이라면 기존의 도서관이 그 역할을 더 잘 해왔다. 하지만 도서관은 너무 먼 곳에 있었고 접근하기 힘들었다. 게다가 밤이면 문을 닫았다. 국민도서관은 이 공간의 거리를 택배 시스템으로 해결했다. 그리고 도서를 검색하고 택배 주문을 넣는 과정을 인터넷을 이용해 아주 쉬운 과정으로 혁신했다. 더불어 다른 사람이 국민도서관에 보관한 책을 서로 빌려볼 수 있게 연결하여 책의 가치가 순환되게 했다.
- oDesk: 오데스크는 '온라인 인력 중개업체'로 유명하다. 인터넷을 통해 근로자를 찾는 걸 도와준다. 하지만 잡코리아, 인크루트와 다르다. 오데스크는 오프라인에서 만나 일할 사람을 소개해주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에서 소개하고 온라인에서 일하게 만들고 온라인에서 결과를 만들고 입금도 온라인으로 지급한다. 중요한 건 일이지 그 사람이 자리 잡고 앉아 있는 곳이 아니라는 생각에서 만들어진 회사다. 더불어 이베이처럼 채용하고자 하는 기업과 구직자가 서로를 찾는데 쓰는 비용과 노력을 줄여주고 있다. 초반에는 실리콘 밸리의 프리랜서 프로그래머들이 주 이용객이었지만, 이제 서비스의 50%는 비기술직 노동력에 대한 수요로 바뀌었다. 프로그램 코드에서 프로젝트 기획, 연설문, 홍보문, 글쓰기, 프로젝트 관리자까지 이베이와 아마존이 영역을 넓히듯 오데스크도 확장되고 있다.
- TechShop: 테크샵에는 일반인을 위해 지어진 작업장으로 용접기, 3D 프린터, 철판/목재 절삭기 등 각종 전문적인 도구가 마련되어있다. CAD를 위한 PC들도 공구와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발명가로서, 기술자로서의 본능을 점점 잊어가는 중이었다. 테크샵은 매월 125달러의 회비만 내면 대형 프레스와 레이저 절단기 등을 다루는 법을 배울 수 있고, 결국 가게에서 진열된 자전거를 사는 대신 나만을 위한 자전거를 만드는 일이 가능해진다. 테크샵에 쌓여있는 이 수많은 기계를 <위 제너레이션>의 저자 레이철 보츠먼은 '유휴 생산력'이라고 불렀다. 예를 들어 전동 드릴 같은 생산도구 얘기다. 한 사람이 전동 드릴을 산다면 평생 동안 이 드릴을 써서 실제로 뭔가에 구멍을 뚫는 시간은 채 30분도 되지 않을 것이다. 나머지 시간 동안 이 드릴은 집안 구석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잠들어 있을 뿐이다. 사람들이 원하는 건 드릴이 아니라 벽에 뚫린 구멍일 뿐인데도 사람들은 구멍 대신 드릴을 사는 데 돈을 낭비해야 했다. 이런 생산수단을 공유 할 수는 없을까? 그 아이디어가 테크숍이 됐다. (아래 동영상 embed 안보이시면 링크 클릭)
- Quirky: 쿼키는 일종의 공장 대행업체다. 미국 서부의 테크숍이 '아이디어를 만들어 보세요. 우리가 기계를 갖춰놓았습니다'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면, 동부의 쿼키는 '아이디어를 주세요. 우리가 제품을 만들어 팔아드릴 테니'라는 방식이다. 아마추어 발명가들이 아이디어를 올리면 이 아이디어를 심사해서 대량생산할 제품을 고른다. 일단 대량생산을 결정하고 난 뒤에는 제품 홍보와 마케팅, 판매까지 쿼키가 모두 대행해준다. 그리고 나서 매출의 30%는 아이디어를 낸 사람에게 지불한다. 제품을 만드는 방식이 완전히 바뀌고 있다. 킥스타터 같은 모델도 훌륭하지만, 이런 모델은 최종 완성품이 나오지 않으면 아이디어를 내고 사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소송을 당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쿼키는 다르다. 책임과 부담은 최소화하면서 쿼키를 통해서는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 (아래 동영상 embed 안보이시면 링크 클릭)
- Vayable: 독특한 여행을 도와주는 게 바이어블의 목표다. 지역 주민이 자신의 고장을 찾는 관광객에게 독특한 문화, 잘 알려지지 않은 명소 등을 소개한다면 그건 기존의 여행사가 운영하는 천편일률적인 여행 상품보다 훨씬 재미있는 경험이 되지 않을까 하는 아이디어가 바이어블의 시작이었다. 그래서 바이어블은 여행사라는 중간 단계를 생략했다. 누구나 가이드가 될 수 있도록 돕고, 가이드가 직접 관광객을 모집할 수 있도록 도왔다. 바이어블 이전의 '전문적인 여행'이란 건 명소를 돌고, 단체 사진 찍고, '특산품' 매장을 들러 집에 돌아오는 재미없는 경험이란 뜻이었다. 하지만 바이어블에서는 이런 경험은 사라진다. 대표적으로 샌프란시스코 그래피티 투어, 말 주인이 제공하는 해변에서 말타기 투어, 실리콘밸리의 얼리어답터가 만든 샌프란시스코에서만 팔 것 같은 전자기기 쇼핑하기 같은 독특한 투어상품이 있다(한국에서는 마이리얼트립, 유럽은 깃시에서 유사한 서비스를 하고 있음).
- 한인텔: 한인텔이 생각하는 거래의 중요한 조건 가운데 하나는 손님 사이의 신뢰이다. 여럿이 함께 묶는 방이 많은 한국인 민박집에서는 손님 사이의 신뢰가 중요한데, 방을 고를 때 자신의 페이스북 프로필을 공개한 손님에게는 함께 묵을 사람들의 페이스북 프로필을 조회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손님들은 함께 묶는 사람의 정보가 보고 싶어서 자연스레 자신의 페이스북 프로필을 공개하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자신의 프로필을 공개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스스로의 행동에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한국에서의 내가 누구인지 다른 사람들에게 밝힌 사람은 해외에 나와 있다고 함부로 행동하지 않아요. 그리고 이렇게 스스로를 공개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스스로 괜찮은 사람임을 입증하게 되죠. 사실 여행지 숙소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텐데'라고 생각하면서 안하무인 격으로 행동하는 여행객들이에요. 페이스북이 이런 행동을 통제해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BrainWash: 샌프란시스코 시내의 마켓스트리트 남쪽 폴섬가에 자리 잡은 브레인워시는 겉에도 '세탁소(Laundromat)'라고 써 있고, 안에 세탁기도 있다. 하지만 다른 세탁소와는 많이 차이가 난다. 분위기부터 다르다. 브레인워시는 카페다. 세탁물을 맡기고 건조될 때까지 걸리는 1,2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사람들은 이곳에서 커피를 마시고 책을 읽는다. 누군가는 컴퓨터를 꺼내 일을 한다. 저녁에는 샌프란시스코 지역 밴드의 공연이 열린다. 1999년 창업 당시만 해도 과연 이런 식의 세탁소가 성공할 수 있는지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상하게 들릴지 몰라도, 이곳은 이제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예술적이고 문화적인 세탁소가 됐다.
- Loosecubes: 루스큐브는 세계 각지의 기업이 사무실의 빈자리나 작은 방을 공유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뉴욕, 실리콘밸리, 홍콩, 서울 도심과 같이 비싼 임대료, 부족한 공간에 기업이 밀집된 곳에서 특히 환영받는다. 이 회사의 특징은 단순히 빈자리를 돈 받고 빌려주는 사업을 하는 게 아니라는 데 있다. 루스큐브는 사무실을 빌려주면서 돈 대신 노동력을 요구한다. 예를 들어 갓 창업한 회사가 직원 수에 비해 조금 큰 사무실을 빌렸는데 웹사이트를 만들 기술자를 아직 채용하지 못했다면 프리랜서 웹 지다이너에게 사무실 책상 한 켠을 빌려주고 사무실을 쓰는 동안 웹사이트를 만들게 하는 것이다. 사무실 임대인은 단기 프로젝트에 정규 직원을 고용하지 않고 비용을 아낄 수 있어서 좋고, 임차인은 다양한 일을 원하는 시간 동안 할 수 있기 때문에 편리하다.
- RelayRides: 릴레이라이즈는 2010년 보스턴에 문을 열었다. ZipCar 같이 이미 미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여러 형태의 자동차 공유서비스가 등장했던 때이지만 릴레이라이즈는 이런 업체들과는 달랐다. ZipCar는 렌터카 회사처럼 많은 차를 직접 사들여 사람들에게 이용권을 파는 모델인 반면, 릴레이라이즈는 회사가 차를 소유하는 대신 차를 가진 개인들을 작은 사업자로 바꿔놓는 방식으로 작동했다.
- mo-foods: 모푸즈는 음식을 공유하는 사업이다. 에어비앤비는 숙소, 릴레이라이즈는 자동차를 공유한다면 모푸즈는 뒷마당에서 자란 과일이나 채소를 공유한다. 세어키친은 이렇게 모푸즈에서 공유되는 음식을 판매하기 위해 필요한 부엌을 공유한다. 더 단순화해서 말하면, 뒷마당에서 그냥 썩혀버렸을 과일을 가져다 잼이나 술을 담근 뒤 서로 교환하거나 판매하는 사업이다.
흥미로운 몇 가지 사실들과 이야기들
- 한국은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대학생 성공신화는 적을지 몰라도, 인구 대비 창업비중을 살펴보면 창업 왕국이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 조사에 따르면 2011년 경제활동 인구 2515만 명 가운데 자영업자가 572만 명이다. 이런 자영업자의 가게에서 돈을 받지 않고 일하는 '무급 가족 노동자'의 수도 136만 명.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28%에 이르는 약 708만 명의 인구가 자영업으로 노동 활동을 대신한다.
- 오늘날의 소비자는 '하얏트 같은' 호텔에 투숙하면서, '혼다처럼 생긴' 차를 몬다. 모두 이러저러한 브랜드 '같은' 제품을 소비하고 있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일상적인 대화를 나눌 때, 우리는 정확하게 브랜드의 이름을 집어내지 못한다. 기업의 마케터들은 그들의 브랜드가 분명히 차별화되어 있다고 열변을 토한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를 인식하지 못한다.
- 팰로앨토 리서치센터(PARC)의 객원 연구원인 W.브라이언 아서는 디지털 기술이 만들어내는 이런 경제를 '제2의 경제'라고 부르며 이렇게 말했다. "제2의 경제는 우리 앞에 놓여 있는 한 세기 동안 우리에게 번영을 가져다 주는 가장 중요한 엔진이 될 것이다. 하지만 번영은 줄지 몰라도 이런 경제는 직업은 주지 못한다. 따라서 번영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은 아주 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결국 나는 제2의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어떻게 번영을 만들어내느냐보다 어떻게 번영을 나눌 것인가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 <노동의 미래>의 저자이자 MIT 경영대학원 교수인 토마스 말론은 이를 '초전문화(hyper specialization)'의 시대라고 얘기했다. 최근 시대에는 사람들이 '매크로 시장의 마이크로 전문가'가 되어간다는 것이다. 이 논문에서 말론 교수는 이렇게 적고 있다. 초전문화로 얼마나 품질이 개선될지 가늠하려면, 지금 자신이 스스로의 전문성과 상관없는, 따라서 잘하지도 못하는 일에 개인적으로 얼마나 많은 시간을 쏟고 있는지 생각해보라. 과거 수공업 노동자처럼 오늘날의 지식 노동자들은 다른 사람(특히 해당 분야의 전문가)에게 맡기면 더 싸게, 더 빨리 해낼 수 있는 잡다한 일에 시간을 뺏기고 있다.
- 개인의 사생활과 공공 영역 사이의 긴장된 관계에 대한 책 <퍼블릭 파츠 Public Parts> 제프 자비스 교수사람들이 자신의 사생활을 현명하게 공개하고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것이 얼마나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는지를 설명했다. "공공성의 가치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공개한다는 것. 공개된 존재가 된다는 것의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리고 싶었죠. 프라이버시는 물론 여전히 중요합니다. 우리 모두 사생활을 중요하게 얘기하잖아요. 보호돼야 하는 가치죠. 제게도 사생활이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사생활이 아니에요. 언론에서 인터넷 얘기를 할 때를 생각해보세요. 모두 사생활만 얘기합니다. 마치 인터넷이 사생활을 사라지게 만들기라도 할 것처럼 얘기하죠. 그렇게 되면 공포가 넘쳐나게 마련이에요. 공포는 결국 신기술을 금지하거나 중단시키려는 노력으로 이어집니다. 역사에서 반복된 모습이죠. 그래서 지금 사생활을 얘기하는 겁니다. 사생활은 아주 중요한 것이지만 인터넷도 정말 대단한 도구입니다. 우리 주머니에 구텐베르크가 만든 인쇄기를 들고 다니는 것과 마찬가지의 일이죠. 이런 가치를 알리려는 겁니다." 그는 사생활이 '윤리'라고 말했다. 무슨 윤리냐면 다른 사람에 대한 윤리다. 그러니까 사생활은 지켜줄 때 사생활인 것이지, 사방팔방에 떠들고 다니면 사생활이 아니다. 사생활은 내가 지켜줘야 할 타인의 공간에 대한 윤리이다. 반면 공공성은 반대다. 남과 관련된 얘기 같지만 공공성이야말로 나의 문제다. 여러 사람이 자신의 사생활을 기꺼이 공유하면 거기서 패턴이 나오고, 사회에서 사용할 수 있는 유용하고 소중한 '공공성'의 정보가 나오게 된다.
- 실리콘밸리에서 생겨난 대부분의 공유경제 모델은 공개 인증 Open Authentication이란 방식을 쓴다. 소셜 미디어 계정에 로그인하는 것만으로도 별도의 개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해당 서비스를 쓸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서비스들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의 로그인 기능만 가져오는 게 아니라, 사용자의 친구관계, 활동내역 등이 담긴 사회적 관계망과 신뢰 상태를 가져온다. 보건 스미스 페이스북 사업개발담당 부사장은 이에 대해 "페이스북은 단순히 소셜 웹에 그치는 게 아니고 이처럼 다른 서비스를 위한 '딥 소셜 플랫폼 Deep Social Platform'이 되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페이스북 규모의 회사 가운데 자신들의 사업 성공이 아닌 파트너의 사업이 잘 되도록 하기 위해서 우리만큼 모든 걸 거는 회사를 본적이 있느냐"고 강조했다. 페이스북이 공유경제 비즈니스에 소셜을 더했고, 소셜은 신뢰를 가져왔다. 그리고 이 신뢰가 모든 것의 시작이 됐다. 에어비앤비의 홍보담당자인 에밀리 조프리온은 "페이스북이 없었다면 에어비앤비도 창업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 아직까지 '신뢰의 인프라'라는 측면에서 페이스북을 능가하는 서비스는 없다. 페이스북이 '유행이 지나면 쇠락할 것'이라는 수년 동안 계속 된 비판적인 시선에도 불구하고 성장세를 멈추지 않은 채 계속해서 성공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생각해보면 페이스북 스스로가 다른 공유경제 비즈니스들과 마찬가지로 가장 중요한 재산인 자신의 플랫폼을 원하는 모두와 공유해왔다. 그리고 그 서비스를 독점적으로 소유하겠다는 생각을 초기부터 버렸던 덕분에 큰 성공을 거뒀다. 그렇게 페이스북은 21세기의 신용평가회사, 아니, 그 이상이 됐다. 그것도 엄청나게 큰.
- 유럽의회는 2012년 초 '잊혀질 권리'에 대해 본격적으로 다시 논의하기 시작했다. 잊혀질 권리란 1995년 만들어진 데이터 보호법을 21세기에 맞춰 다시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에서 나온 얘기였다. 데이터 보호법은 EU 내의 국가나 정부, 기업 등이 국민의 데이터를 수집해 저장하고 활용한다면 그 활용을 투명하게 해야 할 뿐만 아니라, 데이터를 보관해야 할 합법적인 근거가 있지 않은 경우 한 번 수집된 데이터를 삭제할 것을 요구하는 법안이었다. ... 개인 정보는 이제 구글과 페이스북과 같은 EU의 관할권을 넘어선 글로벌 기업의 서버에 저장되기 시작했고, 이런 기업은 EU의 데이터 보호법을 사실상 무시했다. 악의가 있다기보다는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에 자신의 온갖 사생활을 올려놓던 사람이 사망 한 뒤에는 그 정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인가. 간단히 생각해보면 유족이 삭제를 요청할 경우 삭제하면 될 거란 답이 가능하지만 실제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훨씬 복잡했다. 페이스북에는 댓글도 달 수 있고, '태그' 기능을 통해 친구들과 연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결과적으로 '잊혀질 권리'를 주장하는 순간, 잊혀야 할 정보의 주인이 누구인지부터 헷갈리게 되는 샘이다. 예를 들어 친구들과 함께 등산을 갔다가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어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의 주인은 누구일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해서 찍어준 지나가던 등산객인가, 휴대전화 주인인가, 아니면 사진 속에 등장한 친구들인가. 이런 사진이 페이스북에 올라갔다면 누가 '잊혀질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가. 미국과 유럽의 제도에 대한 견해 차이도 흥미롭다. 전통적으로 미국에서는 저작권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유럽에서는 잊혀질 권리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저작권은 창작물을 보호하기 위한 권리이고, 잊혀질 권리는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한 권리다. 관계없는 일 같지만 사실 밀접하게 관련된 문제다.
소회
최근에 여행 중에 Airbnb를 통해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콘도를 경험하고선 감동했고, Zipcar의 사례를 보고 지하주차장에 잠들어있는 내 차가 '낭비'로 느껴지게 만드는게 공유경제의 힘이다. 큰 폭의 경제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지금, 새로운 대안이자 비즈니즈 영역으로 떠오른 '공유경제'를 한 눈에 둘러보기 좋은 <빅 스몰>이었다.
여러 공유경제 모델들을 통해 단순히 내가 소유한 물질적 자원의 공유에서 가치를 찾는 것을 넘어서 개인의 재능, 노력의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들이 늘어나고 있는 트렌드에서 특히 따뜻함을 느꼈다.
아직은 우리나라에서는 걸음마 수준이지만, 1-2년 내로 폭발적으로 주목 받을 것으로 보이는 공유경제 모델. 기대된다.
Fine. thy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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