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의 서재 (한정원 저)
<지식인의 서재>에서는 사회 '지식인'으로 평가받는 명사들의 서재, 독서법, 인생의 책 그리고 저작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인터뷰를 통해 풀어놓았다.
저자는 이 책을 엮은 목적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책은 '이 시대의 지식인들은 어떤 책을 읽을까? 그들의 서재에는 무슨 책들이 꽂혀 있고, 어떤 책들을 가슴에 품었을까?'라는 호기심에서 출발했다. 사실 그 호기심보다 먼저 나에게 물음표를 던진 건, '어떤 책부터 읽으면 좋을까?'였다. 마음 한구석에서는 끊임없이 책을 읽고자 하는 지적 욕구가 솟구치지만 쏟아져 나오는 책들이 너무 많다 보니 어떤 책을 먼저 봐야 할지 난감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나 같은 고민을 하는 독자들이 많으리라 생각했다. 만약 이럴 때 나침반 같은 북멘토가 있다면 책을 선택하고 책에 다가가는 것이 좀 더 쉽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지식인'(교수 조국, 사진작가 배병우, 건축가 겸 전 국회의원 김진애, 서울시장 박원순, 영화감독 장진 등)들이 참여해서인지 다소 뻔한 이야기일 수 있는 책 구성이었는데도 재밌게 봤다.
개인적으로 <지식인의 서재>에 등장한 분들 중 북멘토로 좋았던 분들의 코멘트들을 정리해본다.
조국
조국 교수의 서재는 '교수실'이었다. 책도 그렇지만 다소 도발적인 빨간 소파와 여러 액자 속 독특한 사진들이 눈에 띈다. 모두 자신과 학생들의 발상의 전환과 도전욕 자극을 위해서라고 한다는 점이 인상에 남았다. 그의 말과 그가 좋아하는 명문들.
제가 읽은 책 중에 동물실험이 있어요. 침팬지에게 A 방법으로 먹이를 주다가 어느 날 갑자기 먹이 주는 방식을 B 방법으로 바꾼 거에요. 이 새로운 먹이 환경에 가장 빨리 적응한 침팬지는 젊은 암컷이었어요. 그리고 젊은 수컷, 그 다음에는 늙은 암컷이 차례로 적응했는데 늙은 수컷만은 마지막까지 기존의 방식으로 먹이를 달라는 거에요. 무슨 이유인지 배가 고파도 끝까지 먹지 않았죠. 늙은 수컷의 비애죠. 이런 모습이 우리 인간에게도 있어요.
청춘의 최고 장점은 기성의 것에 대하여 무작정 도전할 수 있다는 것, 자신을 기존 제도로부터 해방시킬 수 있다는 것 아닌가요? 새로운 것을 만들어보려는 도전정신과 창의력이야말로 청춘의 특권이죠.
- You are only as good as last paper. 조국교수 방 출입문에 있는 글로 본인과 학생들의 긴장감을 자극하기 위해 붙였다고 함.
-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 : 인생 곳곳에 나를 넘어선 인물이 있다.
- 모든 이론은 회색이고, 영원한 것은 저 푸르른 생명의 나무다. -괴테
- MEMENTO MORI: 그대도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라.
- 세상에 문제가 생기는 근본적인 원인은 어리석은 사람들은 확신에 차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의문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영국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
- 어떤 책은 맛보고, 어떤 책은 삼키고, 어떤 책은 씹어서 소화시켜야 한다. -영국의 철학자 베이컨
- 책 없이 세상과의 전쟁에서 이길 수는 없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배병우
참 좋아하고 존경하는 사진작가 배병우. 그의 서재는 "나는 학자가 아니라서 책 보는 게 너무 즐거워."라는 그의 말에 어울린다. 넓고 여유롭고, 주방 식탁과 함께인 편한 공간. 의무와 일로서 독서를 느낄 때가 있었는데, (물론 상황과 목적이 다르지만) 그의 자세에서 반성과 교훈을 얻었다.
만권의 책을 읽고 만 리의 길을 걸으면, 가슴속에서 온갖 더러운 것이 제거되어 절로 구학이 마음속에서 생기고, 산수의 경계가 만들어져 손 가는 대로 그려내니 이 모두가 이루어진 것이 산수의 전신이다. -동기창의 <화론> 중
김진애
일 잘하는 국회의원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MIT 출신 건축가였다. 작가로서도 활약하는 그녀의 모습을 동경하게 됐다. 특히 그녀가 추천한 <인간의 조건>, <건축 예찬>, <Hall the hidden dimension>를 바로 구입할 정도로!
누구나 세 권의 책은 써야 한다고 말한다. 첫 번째 책은 자신의 전공분야에 처음 들어와 가장 정열적으로 쓰는 책. 두 번째는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 그 안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책, 세 번째는 어느 정도 성숙해져서 자기만의 노하우와 성찰을 보여주는 책이다.
박원순
<지식인의 서재>에 참여할 당시에는 서울시장이 아니었다. 널부러진 서류들과 쌓여있는 책들만 봐도 그의 서재는 '일과 전쟁 중인 흔적'이다. 재밌는건, 책이든 어떤 자료든 보고나면 본인의 독서노트를 온라인에 시스템화해서 만들어 놓고 항상 기록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 약간의 강박증에서 친근감, 동질감을 느꼈다.
독서한 후에는 반드시 정리 단계를 거친다. 설사 시간이 걸린다 해도 대충 넘어가는 법이 없다. 그의 온라인 독서노트를 보면, 놀라우리만치 정리가 잘 되어 있다. 독서노트에 '리더십'이라는 키워드를 치면, 그가 정리해 놓은 리더십에 관한 글과 명구, 그것에 관한 통계가 일목요연하게 나온다. "책을 읽고 정리를 해놓지 않으면 읽은 책의 반은 죽은거나 다름없는 거죠."
책은 청년에게 음식이 되고, 노인에게는 오락이 된다. 부자일 때는 지식인이 되고, 고통스러울 때는 위안이 된다.
천재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이다.
장진
롤모델(특히 결혼!) 장진 감독. 그만의 작품색깔과 세계관처럼 독서와 서재에 대한 그만의 고집과 취향은 참 진했다. 특히 세상을 밝게 만드는 것은 책이 아니라 '책을 읽는 사람들'이라는 그의 말에 무릎을 탁!
책 속에서 길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책은 지도책이죠. 세상을 밝게 만드는 것은 책이 아니라 '책을 읽는 사람들'이에요. 그런데 책 읽는 사람들이 자신들이 읽은 책으로 세상을 바꾸는 걸까요? 아니에요. 책이 아니라 '책을 읽는 태도'로 세상을 바꾸는 거에요. 세상을 조금 더 밝게 하고 진보하게 만드는 것은 책을 읽는 사람의 태도와 습관과 그들이 생각하는 신념인 겁니다. 책에서 본 내용으로는 불가능하죠.
모든 스포츠 감독과 코치 중에서 야구 감독과 코치만 유니폼을 입어요. 왜 그런지 아세요? 어느 순간에 운동장을 밟아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에요. 그라운드를 한 발자국이라도 밟으려면 70세 먹은 감독도 똑같이 유니폼을 입어야 하죠. 또 모든 구기 종목은 볼이 들어가야 점수가 나잖아요. 그런데 야구는 사람이 홈으로 들어와야 점수가 나요. 그게 최고의 매력이에요. 집을 나간 사람이 집에 들어와야 점수가 나는 거죠. 인생과 같아요.
소회
이 책에 등장하는 지식인들의 서재는 멋지고 화려한 물리적인 의미의 서재가 아니다. 그들의 청춘과 인생과 생각이 녹아 있는 하나의 삶의 공간이며 사유의 세계이다. 그들이 들려주는 독서와 인생에 대한 이야기가 여러분의 숨어있는 지적 욕구를 깨워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자의 바람에 부합한 소회의 감상을 갖게됐다. '지식인의 서재'에 찾아가 찍은 사진들과 각자가 추천한 책 목록은 직접 책에서 찾아보는 기회를 갖길 추천한다.
나 역시 나만의 아늑하고 마음이 저절로 힐링되는 서재를 갖고 싶다. 아래 서재처럼 내가 가진 바깥의 모습이 아닌, 내면이 뛰놀수 있는 곳으로!
Fine. thy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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