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미래를 말하다 (소프트뱅크 저)
<손정의 미래를 말하다>는 창업 30주년을 맞아, 미래 30년을 위한 신 비전 선포 프리젠테이션 내용과 이를 위한 소프트뱅크와 손정의 회장의 뒷이야기를 다뤘다.
특히 국내에 발매된 손정의 회장 관련 책 중에 처음 공식적으로 손회장이 참여한 책으로 더욱 화제가 됐다.
사실 소프트뱅크가 30주년을 맞았다는 사실에도 놀랐지만(약 15년 정도 됐다고 생각했음), 본인 일생일대의 프리젠테이션이라고까지 표현하며 대대적인 행사를 통해 미래 30년 비전을 선포했다는 것도 신선했다.
아래 YouTube 동영상은 손정의 회장의 프리젠테이션을 우리말 자막과 함께 편집한 것이다. 책이 부담스러운 분들께 추천한다 (개인적으로 영상을 통해 더 크게 감동했다).
소프트뱅크의 비전
"노부나가는 '천하포무(天下布武)'라는 비전을 가시화함으로써 급속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역시 확고한 비전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 손정의 회장
소프트뱅크 창업 당시 손정의 회장은 크게 두 가지 비전을 내걸었다.
- 마이크로프로세서가 인간의 미래를 완전히 바꿀 것이다.
- 매상을 두부 헤아리듯 1조, 2조로 따지는 기업이 된다(일본어로 두부를 헤아릴 때 쓰는 단위의 발음이 조(兆)와 같은 데서 나온 말).
그로부터 30년 후 이 두 가지 비전은 현실이 되었다. 마이크로프로세서는 사람들의 생활양식에 일대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소프트뱅크는 연결매상 2.7조엔(2008년)을 넘어서는 기업으로 눈부시게 발전했다. 당시에는 무모할 수도 있었던 일을 기어코 이루어낸 것이다.
소프트뱅크의 신 30년 비전은 세 파트로 이루어져 있다.
- 이념, 즉 무엇을 위해 사업을 하는가에 대한 대답
- 비전, 즉 30년 후 사람들의 생활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으며 소프트뱅크는 어디에 주력할 것인가에 대한 대답
- 전략, 즉 소프트뱅크는 어떤 식으로 비전을 실현시킬 것인가에 대한 대답
소프트뱅크의 이념
인생의 슬픔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인생의 기쁨은 더욱 크게 하겠다.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활짝 웃었으면 좋겠다, 이것이 바로 우리 소프트뱅크의 진심이다.
소프트뱅크의 이념, 즉 무엇을 위해 사업을 하고 무엇을 이루려 하는지를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정보혁명으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겠다." 이다.
지금껏 소프트뱅크가 내세운 철학은 '디지털 혁명을 통해 사람들이 지혜와 지식을 공유하는 것'이었다. 이런 철학을 가지고 소프트뱅크의 기업 가치, 주식의 가치를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그 과정에서 인류와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것이다. 회사를 세운 첫날부터 오늘날까지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소프트뱅크의 30년 후
30년 후 생각이 잘 안되면, 300년 후, 300년 전을 떠올려보라!
30년 후의 테크놀로지는 어디까지 발전할까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은 어떻게 변화할까요? 상상을 해봐도 좀처럼 떠오르지 않습니다. 사람들의 시각도 제각각이고 말입니다. 이렇게 앞이 안 보일수록 더욱더 멀리 내다봐야 합니다. 먼 곳을 보면 경치가 더 선명하게 보이는 법입니다. 가까운 곳을 보려고 하면 할수록 뱃머리를 심해집니다. 이처럼 눈앞의 것에 얽매이면 온갖 결점과 약점들이 두드러지게 보이지만, 멀리 보고 깊이 생각하면 사실 그런 것들은 오차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기계에서 정보로, 뇌를 대체하는 정보 혁명으로
'기계는 나쁘다', '기계는 무서운 존재다', '기계를 부수자!' 하면서 러다이트 운동(Luddite Movement)이 19세기 초반에 일어났습니다. 일본에서도 오카죠키라 불리는 기관차가 처음 달리기 시작했을 때, 사람들은 "그런 괴물 같은 요상한 물건이 들어오면 우리의 삶은 어찌 되겠느냐'며 크게 반대 운동을 벌였습니다. 하지만 300년 전 인류의 삶은 기계를 통해 크게 변화했고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났습니다. 한마디로, 기계를 통한 빅뱅이었습니다.
저는 앞으로 다가올 300년 동안에는 진정한 의미의 '정보 빅뱅'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컴퓨터의 계산 능력은 100년 동안 무려 3,500조 배로 뛰어올랐습니다. ... 300년 후를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지만, 중요한 것은 컴퓨터가 곧 인간 뇌세포의 기능을 능가할거라는 점입니다. 그것만큼은 틀림없습니다. 앞으로 300년 후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딱 한가지를 꼽으라면 그 답은 두뇌형 컴퓨터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데이터, 감정 그리고 컴퓨터가 가질 수 없는 가치의 추구
데이터란 무엇입니까? 뇌가 보유하는 지식입니다. 그럼 알고리즘은 무엇입니까? 바로 뇌가 가진 지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에게는 지혜가 있습니다. 또, 지식을 점점 더 많이 학습합니다. 그리고 학습이라는 행위는 누군가가 뇌를 프로그래밍 했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라 뇌가 스스로 하는 행위입니다. 아직까지는 인간이 프로그램을 만드는 단계이므로, 어떤 의미에서는 인간이 컴퓨터보다 더 뛰어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을 훌쩍 뛰어넘는 피조물을 인류는 허용할 수 있을까요? 과학 기술의 진보를 그와 같이 허용하면 인간의 힘으로는 통제할 수 없는 상태가 벌어지는 건 아닐까요? 머지않아 우리 인류는 이런 논의에 직면할 것입니다.
우리의 뇌에는 기본적으로 지식과 지혜 그리고 감정이라는 세 가지 기능이 있습니다. 인간의 뇌는 지식과 지혜를 도구로 어떤 목표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움직입니다. 그 목표나 목적이 무엇인지 연구한 결과, 인간의 뇌는 자신이 가장 즐거운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방식으로 지식과 지혜를 사용 한다고 합니다. 배가 고프면 그 배고픔이 충족되도록, 잠이 오면 졸음이 해결되도록, 좋은 집에 살고 싶은 욕구가 생길 때는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감정을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쾌감을 느낄 수 있도록 우리의 뇌는 지식과 지혜라는 도구를 사용해 제 기능을 다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와 같은 폭주를 막기 위해서라도, 단순한 지혜와는 비교할 수 없는 가장 높은 차원의 감정, 예컨대 풍요로움이나 따듯함이나 애정과 같은, 컴퓨터가 가질 수 없는 가치를 추구해야 합니다.
자신의 몸에 붙어 있는 칩이 뇌와 체내 통신을 하고, 또 멀리 떨어져 있는 다른 사람의 칩과도 무선통신을 합니다. 그리고 그 상대방의 칩은 다시 그 뇌와 체내 통신을 합니다. 이것이 텔레파시와 다를 게 뭐가 있습니까? 지금까지 사람들이 텔레파시라고 말한 현상이 과학기술로 300년 이내에 누구에게나 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300년 후의 소프트뱅크는 휴대전화 회사가 아니라 텔레파시 회사가 되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지성과 따뜻한 마음을 가진 로봇은 우리에게 위해를 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람보다 더 상냥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들과 보다 나은 형태로 공존하는 사회가 탄생할지도 모릅니다. 소프트뱅크는 그런 사회를 실현하고 싶습니다.
소프트뱅크가 제일 잘하는 것, '파트너십 전략'
소프트뱅크가 제일 잘하는 일은 '집착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특정 기술이나 특정 비즈니스 모델을 고집하지 않습니다. 다만 한 가지, 집중하고자 하는 분야는 '정보혁명' 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을 행복하게!' 이 것뿐입니다. 과거 30년 동안에도 테크놀로지와 도구는 차츰차츰 변화해왔습니다. 그래도 소프트뱅크는 그 어느 하나에도 매달리지 않았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기업과 함께 인류의 라이프스타일을 혁신하겠다는 파트너십 전략이 있기 때문입니다. 뛰어난 예지와 우수한 에너지를 가진 동지들과 함께 파트너가 되어 전진할 것입니다. 그리고 300년 동안 망하지 않고 성장할 것입니다.
46억 년 동안 지구에는 약 1,000억 개 종이 탄생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중 살아남은 것이 1억 개 종입니다. 또 과거 다섯 차례, 생물 종의 대멸종 위기가 있었습니다. 그 중 세 번은 중석이 원인이었습니다. 그 때마다 종의 70~90퍼센트가 멸종했다고 합니다. 지구의 종은 탄생과 멸종을 반복해왔는데, 46억 년의 역사 속에서 99.9 퍼센트가 멸종되어 사라졌고 생존한 종은 0.1 퍼센트에 불과합니다. 기업은 어떻다고 생각하십니까? 창업 이후 30년이 지나도 살아 있는 기업은 사실 0.02 퍼센트밖에 안됩니다. 99.98 퍼센트가 중도에 사라지는 것입니다.
"300년 동안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조직구조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계속 숨 쉬고 끝없이 진화하는 그런 그룹 구조를 회사체로서 처음으로 발명했다고 말입니다. 그러기 위해 중요한 것은 바로 '전략적 시너지 그룹'이란 구상입니다. 지배하려 들면 중앙집권적이 되고, 중앙집권적이면 병목현상이 생겨서 이른바 '대기업 병'이라는 거대 조직의 고질병이 생긴다는 생각입니다. 앞으로는 이런 전략적 파트너 그룹이 점차 늘어날 것입니다. 자율적이고 분산적이면서 동시에 상부상조할 것입니다. 그래야 비로소 자기 진화가 가능하고, 자가 증식이 가능합니다. 누군가가 중앙에서 권력을 틀어쥐고 좌지우지해서는 안됩니다.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은 "소프트뱅크는 그저 투자회사에 불과한 것인가?"라며 비판하십니다. 그러면 저는 마음속으로 생각합니다. '머지않아 당신들도 이해할 때가 올 것입니다.' 그런 자율, 분산, 협조형 전략적 시너지 그룹을 30년 이내에 5,000개사 정도 규모로 만들고 싶습니다. 현재는 대략 800개가 넘습니다.
손정의 인생 50개년 계획 과 손정의 2.0
저는 열아홉 살 때 '인생 50개년 계획'을 세웠습니다.
- 20대, 이름을 떨치겠다. 내가 뛰어든 업계에서 이름을 알리겠다. 회사를 세우겠다.
- 30대, 운영 자금을 축적하겠다. 1,000억, 2,000억 규모의 운영 자금을 마련하겠다.
- 40대, 일대 승부를 걸겠다. 조 단위 규모로 승부를 짓겠다.
- 50대, 사업을 어느 정도 완성시키겠다.
- 그리고 60대, 다음 세대에게 사업을 물려주겠다.
소프트뱅크 아카데미아는 최초로 후계자 양성을 목표로 한 학교입니다. 그 목적은 오로지 하나, '손정의 2.0'을 만드는 것입니다. 후계자의 조건은 기본적으로 다음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정보혁명 테크놀로지에 대한 깊은 통찰력입니다. 두 번째는 파이낸스인데, 후계자가 될 사람은 이 분야에서 충분한 지식과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세 번째는 강력한 리더 십입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정보 혁명에 대한 높은 뜻과 깊은 애정이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소회
손정의 회장 아시아 IT 업계의 대표 리더로서 국내외에서 존경받지만 국내 언론이나 출판업계에서 '일본에서 성공한 한국인'의 프레임에서 손정의 회장을 부각하는 모습이 불편했다.
그는 '손 마사요시'이고 한국계이긴 하지만 정상적인 우리말 의사소통이 어렵고 한국문화가 다소 어색한 '일본인'이다.
그게 현실이다. 현실을 인정하니 오히려 더 질투가 난다. 그의 뛰어난 통찰력과 리더십을 일본에서 발휘하고 기여하는 일련의 상황이 샘난다.
컴퓨터 S/W 사업, 광통신 인터넷 사업, 무선통신 사업, 일본 내 아이폰 독점 공급, 신흥시장의 과감한 공략. 소프트뱅크는 과거 30년간 IT 기술의 발전 트렌드를 보여주는 성장을 했다.
그리고 몇일 전, 소프트뱅크는 Sprint 인수를 공식 발표했다. iPhone의 글로벌 파트너 통신사로서 영역을 확장하려는 과감한 시도에 대해 많은 평론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지만 손정의 회장은 단호했고 자신감 넘쳤다.
기업가로서, 건강한 그의 비전에 반했다. 앞으로의 행보가 더 기대되는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다.
Fine. thy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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