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본사 상무 '미키김' 김현유님의 도전, 커리어, 그리고 실리콘 밸리에 대한 이야기 <꿈을 설계하는 힘>

사실 <꿈을 설계하는 힘>의 저자 김현유님은 그의 블로그를 통해 처음 알게됐다. 한국과 미국의 학교, 기업생활을 본인 경험에 비추어 비교한 글들이나 직장생활 팁 등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과 관심을 이끌어냈다. 특히나 MBA(UC Berkeley HaaS 출신) 경력으로 구글에 입사하여 두드러진 활약을 보여주는 그였기에 소셜 미디어를 중심으로 유명세가 더욱 커졌고 나역시 그의 트위터 글들은 리스트 해두고 챙겨볼 정도로 (홀로)좋아하게 되었다. 회사에서 먼발치에서 보고 아래같은 멘션을 보낼 정도! (감사하게도 답장도 해주셨다)

그런 그의 책이었기에 망설임없이 구매한 <꿈을 설계하는 힘> (요즘 책을 고르는 기준 중 하나가 트위터에서 좋아하는 분들이 쓴 책/번역한 책/추천한 책이 됐다. 임정욱님께서 번역한 <Inside Apple>, Hubris 김동조님의 <거의 모든것의 경제학>도 그런 케이스)

 

<꿈을 설계하는 힘>의 부제는 '스물다섯 삼성전자 신입사원, 서른다섯 구글 상무로 점프하다!'이다. 자극적이다. 삼성전자와 구글이라는 기업 키워드도 그렇지만, '신입사원에서 10년만에 임원이 됐다고?'라는 컨셉이 더욱 그렇다. 그 때문이었을까 블로그와 트위터를 통해 저자에 대한 '좋은 편견'은 있었지만, 책 속의 이야기는 전형적인 '엄친아'로 큰 어려움 없이 많은 성취를 이룬 '재수없는'(no offense!)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반감과 '내가 이 책을 통해 무얼 얻을수 있을까'하는 약간의 의구심이 있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꿈을 설계하는 힘>을 통해 나는 많은 위로를 받았다. 남들은 모르는 내 대학, 대학원 시절과 진로 결정의 고민들. 그리고 회사생활, 이직, 아직 남아있는 꿈... 그의 이야기 속에서 내 모습도 찾고, 반성도 하고, 용기도 얻게된 큰 위로였다. 내가 좋아하는 위로는 '아프니까 청춘'이고, '천번은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는 식의 위로 말고 '잘 나가는 아는 형님'이 술 한잔 사주며 "야 임마 어깨펴고 좀 적극적으로 도전하고 긍정적으로 좀 살아봐!" 해주는 그런 위로인데 딱 좋았다. (김난도 교수의 두 책은 읽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비난하고자 하는 마음은 없지만, 제목 자체 '텍스트'에서 내 취향이 아니어서 저렇게 표현했다. 이 역시 no offense)

 

한국의 평범한 대학생에서 출발해 한국 기업과 유학을 거쳐 구글 본사로 온 나의 커리어 경험을 통해서 어떤 과정들이 꿈을 이루는 데 결정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어떤 교훈을 얻었는지를 살펴보려고 한다. 그리고 다른 누군가가 자신이 꿈꾸고 동경하는 모습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이 책을 집필하게 된 첫 번재 목표이다. 내가 걸어온 길이 정답이라는 말을 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내가 가야 할 길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우리는 모두 서로 다른 꿈과 목표를 가지고 있고 주어진 환경도 다르기 때문에 자신만의 답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 (책 서문에 있는 저자의 집필의도)

책 주요 내용으로는 김현유님의 커리어 패스 전반에 대한 이야기와 블로그에서도 다뤘던 여러 직장생활, 사회생활 팁에 대한 내용, 실리콘 밸리 이야기 등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MBA 생활 이야기, 실리콘 밸리와 샌프란시스코 이야기, 구글에서 경험한 기업문화와 한국의 기업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좋았다.

 

책 내용 중 좋았던 몇 문장 공유해 본다.

  • 지금 인턴십과 같은 사회 경험을 얻으려는 대학생들에게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귀찮은 일이나 잡다한 일도 열정적으로 즐겁게 하라는 것이다. 누구나 재밌는 일, 중요해 보이거나 혹은 멋있어 보이는 일을 하고 싶은 것은 당연하지만 학부생 인턴은 그런 것을 가릴 시기가 아니다. 물론 대학생 때는 자신이 대단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는 시기이고, 또한 그런 자신감과 패기를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회사라는 곳에서 학부생 인턴을 뽑아 시킬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 일의 어려움과 쉬움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이 일을 통해서 무엇을 얻을 수 있냐는 것이다. 이는 내가 가진 것을 어떻게 100% 활용할 수 있는지에 먼저 집중하라는 말과 같은 뜻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통해서 내가 무엇을 얻을 수 있고, 그것을 앞으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은 특히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사회 초년생들에게는 여러 번 강조해도 될 만큼 중요하다.
  • 객관적으로 보면 나는 삼성전자라는 엄청나게 큰 조직에 들어간, 흔히 말하는 '사원 나부랭이'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휴대폰 시장이라는 영역에서 일하는 동안 나는 내가 삼성전자의 얼굴이고, 내가 삼성전자의 사장이며, 내가 대한민국 대표라는 생각으로 치열하게 일했다. 다들 힘들다고 피하는 이스라엘 휴대폰 시장은 내게는 힘든 일을 더 열정적으로, 더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황금의 땅이었다.
  • 똑같은 환경도 어떤 사람에게는 '똥 밟은 일'이 되기도 하고, 다른 어떤 사람에게는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은 긍정적인 사고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기회라는 것은 얼마나 긍정적으로 생각하느냐에 따라 보일 수도 있고 안 보일 수도 있는 것이다. 기회는 그것을 보려는 사람에게만 보인다.
  • 사회생활 시작 후 4-5년 즈음이 되는 시점에 커리어 변화를 시도하는 이들이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훗날 더 나은 입지를 구축할 가능성이 높다. 내 경험을 봐도 그렇고, 주변의 사례를 보아도 그렇다. 이 시기에 크게 움직인 사람들이 나중에 더 좋은 기회를 잡거나 더 나은 위치에 올라가 있음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따라서 더 큰 꿈을 실현하기 위한 계획을 실행에 옮겨야 하는 결정적으로 중요한 시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때부터는 직장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인생 전체를 관통할 나만의 커리어를 보다 구체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 모르는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연락하는 것을 '콜드 콜(cold call)'이라고 한다. 콜드 콜을 잘해서 좋은 네트워크를 만드는 경우도 있지만 잘못하면 오히려 망신만 당하므로 신중해야 한다. 가장 피해야 할 방법은 본인에 대한 소개나 배경은 전혀 없이 무작정 연락하는 경우이다. 예를 들어 자기 소개 없이 그냥 "몇 가지 문의드릴 게 있는데 메일 주소 좀 알 수 있을까요?"라는 메시지를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통해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경우 수신자는 이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매너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고 당연히 연락도 안 할 것이다. 콜드콜을 할 때는 기본적으로 본인에 대한 간단한 소개, 어떻게 알고 연락을 하는지, 왜 연락을 하는지 등의 목적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그 목적은 구체적인 내용이어야지 뜬구름 잡는 식이면 안 된다.
  • 구글의 20% 프로젝트에 대해 오해가 없어야 할 것은 20% 프로젝트는 주로 개발자들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이고, 아무나 맘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만한 시간을 쓸 만큼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일에 대해서만 가능한 것이다. … 이런 20% 프로젝트는 내 본업과는 다른 새로운 일을 추진해보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켜주기도 하고 창의적으로 새로운 것을 개발하는 기회를 주기도 한다. 이런 과정에서 나오는 결과물들은 결국 회사의 자산으로 돌아온다. … 여기에도 실리콘 밸리 특유의 성과 평가 문화가 숨어있다. 업무의 20%를 새로운 프로젝트에 투자하게 해주지만 이에 따르는 성과에 대한 책임 역시 스스로 져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직원들은 자신이 성공한다고 믿거나 성공을 시키겠다는 큰 열정이 있는 프로젝트에만 20%로 참여하지 단순히 그냥 새롭거나 재밌을 것 같아 보이는 일에 20%의 시간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럴 경우에 본인은 결국 80%의 성과만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 윗사람이란 자리는 그만큼 업계의 동향에 대한 식견과 통찰력을 갖추어야 하는 자리이다. 그래서 오히려 아랫사람들에게 이를 알려주고 한수 가르쳐줄 정도의 실력을 갖춘 사람만이 그 자리에 있을 자격이 있다. 간혹 높은 자리에 있으면 바쁘기 때문에 뉴스를 분석할 시간이 없다고 하소연하는 분들이 있는데, 이런 논리는 스스로 업에 대한 감을 잃었음을 알리는 핑계라고 생각한다.
  • 작은 회사들을 업체 취급하는 문화는 한국 시장의 문제이다. 한국에서 규모가 있는 기업들은 규모가 작은 회사들을 파트너로 대하기보다는 '업체'라는 표현을 쓰며 언제든 자신들이 일방적으로 일을 시킬 수 있는 회사라고 생각하는 이른바 '갑과 을' 관계식의 '업체화' 문화가 있다. 나도 학부를 졸업하고 삼성전자에서 일하던 시절에는 같이 일하는 작은 회사들을 업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런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나는 미국에 온 후에 깨달았다.

 

대학 시절부터 적극적으로 인턴 생활, 군 생활, 유학준비 등을 통해 자신의 적성을 찾고,

삼성전자 신입사원 시절에도 '사원 나부랭이'였지만 본인 업무 영역안에서 최선을 다해 큰 성과를 얻었고,

졸업장만 있어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은(이건 내 편견) MBA 과정에서도 여러 우수한 활동으로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어 멋진 기업들의 러브콜을 받고,

결국 본인이 원하는 기업에서 만족스러운 포지션을 얻고, 순조로운 승진-업무성과를 내고 있는 저자의 자신감 넘치고 긍정적인 도전의식에 '범벅'되어있는 <꿈을 설계하는 힘>

 

나처럼 지쳐있고 갖고 있던 꿈이 희미해진 '회사원 나부랭이'들과 이제 막 사회에 등장한 대학생, 사회 초년생들에게 꼭 추천해주고 싶은 이야기이다.

*최근에 알게됐지만, 사촌 형의 고등학교 시절 죽마고우라는 이야기에 김현유님이 더 반갑고 가깝게 느껴졌지만... 페이스북 친구 신청 거절당했다 (콜드콜의 안좋은 예) 미키김 형님 한 번 만나주세요 ㅠㅠ

*추가: 미키김 님께서 내 트윗을 리트윗 해주셨다. 이럴 때 블로그에 포스팅 할 맛 난다.

Fine. thy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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