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잔혹사>는 개인적으로 실제 내가 경험했던 면접의 면접관이자 채용 담당자셨던 '은인' 이충섭 차장님께서 낸 책이라서 참 반가웠다.

가끔 후배들을 만나거나, 대학생들과 대화 할 때 면접, 자기소개서에 관해 질문을 받으면 딱 부러지는 조언을 해주기 어려웠다. 내 상황을 일반화하기엔 경험이 많지않고, 실제 인사/채용 부서의 시선이 아니기 때문에 그 친구들에게 오히려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럴 때마다 많은 부분 공감할 수 있는 관련된 책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컸는데 <면접 잔혹사>가 그 요구에 딱 적당한 책이다. 취업준비중에 이런 컨텐츠를 만나지 못한게 아쉬울 정도다.

지금껏 접했던 면접과 자기소개서 관련된 자료들에 비해 '실제 사례' 측면에서 강력한 비교우위를 보여주는 단단함에 놀랐다.

특히, "본인의 단점을 써보시오."라는 질문에 "하나의 일에 몰두하면 집중하는 바람에 주변을 못 보는 것"과 같은 답변을 하는 것처럼 눈에 뻔히 보이는 '짓'을 면접과 자기소개서에 범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볼 필요가 있다(면접과 자기소개서도 '시험'의 일종이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패턴, 방식, 게임의 룰이 있다. 많은 이들이 이를 간과하고 있는 예를 하나로 들어봤다).

 

<면접 잔혹사> 내용 중 특히 와닿았던 내용 몇 가지 정리해본다.

  • 계속되는 탈락에 자책할 필요도 없다. 신입사원들을 상대로 내가 직접 조사해보니, 입사지원서는 평균 50회 이상 냈고 100회 이상 낸 경우도 적지 않았다. 50번 탈락을 했건 100번 탈락을 했건 어차피 합격에는 아무 지장이 없다. 입사한 회사는 이러한 전력을 알 수도 없고 알 방법도 없다.
  • 어렵게 들어간 직장을 입사할 때와 같은 노력이나 고민 없이 쉽게 그만 두기도 한다. 또 입사 후 바로 타성에 젖어 입사 때 했던 자기 계발 약속을 공염불로 만들기도한다.
  • 취업은 데뷔전을 치른 것에 불과하다. 마치 챔피언이라도 된 양 자기만족에 겨워 할 일이 아니다. 성공의 관건에는 오랫동안 초심을 유지하는 것도 포함된다. 강한 자가 챔피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일단 오래도록 살아남는 사람이라야 챔피언이 될 기회가 주어진다. 챔피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다. 안주하지 말고 배고프던 시절을 잊지 않고 성실하게 자기계발을 주도하며 인생의 챔피언으로 롱런해야 한다.
  • 구직자와 직장에도 궁합이 있다. 그래서 기업의 채용은 성적에 따라 합격이 결정되는 대학입시와 같은 방식으로 치러지지 않는다. 명문대 졸업자 중 스펙 좋은 사람을 점수 순으로 선발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면접이 존재한다. 그런데도 구직자들은 스펙에 목숨을 건다. 직장을 선택하는 것도 대학교를 정할 때와 마찬가지다. 전공이 아니라 학교의 레벨을 중요시하듯 업종과 자신의 성향, 근무지역 등은 고려하지 않은 채 회사의 규모와 연봉만 우선시한다.
  • "왜 그렇게 대기업 취업에만 매달렸는지 모르겠습니다. 학교도 왜 취업의 길만 열어주고 그 길로만 학생들을 내몰았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비싼 등록금 내고 학교 좋은 일만 시켜준 셈입니다. 회사에서도 그 안에서나 자부심을 느꼈을 뿐이지, 세상 밖으로 나와보니 그 안에서의 경험을 적용할 수 있는 일이라곤 없었습니다. 이제부터는 내가 원하는 인생을 열심히 살겠습니다." 인생은 되돌아올 수 없는 편도 여행이다. 대기업 입사를 준비하기에 앞서 스스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돌아봐야 한다.
  • 첫 직장 선택은 신중해야 한다. 졸업 후 전공에 따라 들어갈 수 있는 직장의 범위가 정해진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고 대학에 지원하는 것처럼, 첫 직장의 업종과 직무에 따라 평생 일할 분야가 정해진다는 점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단 합격만 하고 보자는 식으로 입사지원서를 마구 부리다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선택을 고민하게 될 확률이 높다. 각고의 노력 끝에 입사한 직장을 한두 해 다니다말고 다른 직장을 알아보는 모습은 허탈한 웃음과 씁쓸한 눈물이 교차되는 블랙코미디 같다.
  • 대기업 입사자들이 가장 크게 실망하는 부분은 상상 이상으로 제한적이고 일상적인 업무다. 면접에서는 창의성과 도전정신, 열정을 요구하더니 채용해놓고는 조직의 분위기에 순응하기를 바라고 보고서 쓰는 일만 시킨다는 것이다. 길잡이가 될 만한 역할 모델을 찾을 수 없는 것도 좌절감을 준다. 신입사원 시절에는 누구보다 똑독하고 패기 있었을 선배들이 배 나오고 머리가 벗겨지도록 일상적인 업무에 찌들어 살고 있는 모습을 안타깝고, 그 길을 답습하게 될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면 답답하기 그지없다. 설혹 오랜 기간 적응하고 인내해서 직책보임자가 된다해도 팀원들을 이끌고 무언가 주도적인 일을 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 타 회사에서 인턴경험으로 '회사와 업무를 잘 안다'라는 구직자의 자세가 꼭 긍정적이지는 않다. 회사마다 문화가 다르고, 회사에서는 기본적으로 '밑그림도 없는 새하얀 도화지' 상태의 신입사원을 뽑기 원하기 때문에 역효과가 생길 수 있다. ... 구직자들은 이런 점을 간과하고 이전 경험을 내세우기만 급급하다. 고수일수록 자신의 실력과 이력을 고스란히 드러내기를 꺼린다. 애써 감춘다기보다는 일부러 자랑하지 않는다. 모르는 사람과의 당구 게임에서 자신의 실력을 어떻게 얘기하는지 생각해보면 쉽다. 일부러 실력을 부풀려서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 전쟁 그리고 빠른 성장을 통해 가능했던 근대화 과정에서 한국 사회에는 선동구호와 허장성세의 말이 넘쳐났다. 거창하고 멋진 말을 지어내기에만 몰두했지, 말과 글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추궁이 없었다. 그러니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 무언가 거창한 표현으로 과장을 하려는 습성이 생겼다. 간결하고 쉬운 문장으로도 얼마든지 심오한 내용을 전달할 수 있고 효과적인 표현을 할 수 있다. 고등학교 중퇴 학력으로 노벨문학상과 퓰리처상을 받은 헤밍웨이가 그랬다. 처음, 비평가들은 "중학교밖에 안 나온 티가 난다. 글에서 문맹이 보인다. 문장이 너무 짧아서 독자들의 어휘력 향상을 가로막는다"고 그를 조롱했다. 하지만 글쓰기에 대한 그이 철학은 단호했다. "좋은 글의 필수불가결한 특성은 명료한 문체다. 과다한 수식을 배제할 것, 간결하고 평이하게 서술할 것, 자신과 자신의 생각에 대해 확신만 있다면 반드시 좋은 글이 나온다."
  • '고졸'이 'MBA 출신'을 이긴 일은 더 이상 놀랍지 않다. 은행원으로 다시 고졸 사원을 대거 채용하기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채용시장은 지금 큰 변화를 맞고 있다. 일류 대학을 졸업했다고 우쭐하는 신입사원 지원자들을 보면 뭘 몰라서 그러려니 하고 봐줄 수도 있지만, 경력사원 지원자가 그런 모습을 보이면 딱하기까지 하다. 경력사원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장 실전에 사용할 수 있는 업무 능력이다.
  • 면접은 다른 구직자와의 경쟁이 아니다. 면접관과의 언어 커뮤니케이션으로 이루어지는 일종의 신뢰 게임이다. 다른 구직자들을 너무 의식할 필요는 없다.
  • 면접관은 미스코리아 심사위원이 아니다. 면접관은 "못생긴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라는 말을 더 신뢰하는 사람들이다. 관건은 평범하지만 단정한 외모, 침착한 자태, 초롱초롱한 눈이다.
  • 면접은 면접관과의 소통이지 일방적인 선거 유세가 아니다.
  • 당나라 시대의 문헌 <선거지 選擧志>에는 관리를 채용하는 네 가지 기준이 나온다. 바로 신언서판身言書判이다. 신은 외모로, 풍채와 외형이 반듯하고 훌륭한 것을 말한다. 언은 말씨로, 언변이나 말투가 분명하고 진실한 것을 뜻한다. 서는 문필력으로, 문장력 있고 글씨체도 굳고 아름다운 것을 말한다. 판은 판단력으로, 이치에 밝고 현명한 판단력이 있는 것을 뜻한다. 당나라에서는 이 가운데 덕을 많이 베푼 사람, 재능이 뛰어난 사람, 노력하는 사람을 등용했다. 단정한 외모에 좋은 언변, 문서작성 능력과 판단력을 갖춘 사람 가운데 봉사활동 이력과 재능, 노력하는 모습을 감안해서 최종 결정을 하는 것이니 3천 년이 지난 현재의 채용 기준과 다르지 않다.

 

 

추가)

저자인 이충섭 차장님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블로그), 아마추어 복싱챔피언 등 다방면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신입사원들의 멘토로 유명하시다.

(지금은 다른 회사 소속이지만) 여러 기회도 주시고(회사 행사에서 노래도 부르게 해주시고, 비전 선포식 사내 아나운서로 추천도 해주시고) 항상 뵐 때마다 칭찬으로 용기 북돋아 주셨던, 좋은 기억만 있는 '닮고 싶은' 선배님이시다.

마지막으로 그 멋진 모습들을 축약해 경험해 볼 수 있는 영상 클립 첨부해본다.

[youtube http://www.youtube.com/watch?v=ksFX_MYqOdo]

 

 

Fine. thy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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