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드 보통 강연 Q&A (at 아이러브人)
알랭 드 보통이 SBS <아이러브人>에 출연했다. 직접 그 강연을 본 후 현장 관객 Q&A 내용을 퀵 정리했다.
자리가 좀 멀어서, 흐릿하게 밖에 찍지 못했지만 기념으로. 실물이 훤칠. 과거 TED 발표 때와 같은 차림이었는데. 블루셔츠의 블랙팬츠. 스티브 잡스 오마주인가?
오늘 MC는 BMK. 영어도 자연스럽고, 인터뷰와 멘트 정리도 매끄러워서 좋았다.
조만간 SBS에서 <아이러브人> 방송으로 나올테지만, (혹시 편집될까싶어) 오늘 현장관객들이 알랭 드 보통에게 했던 질문과 답변을 간략히 적어보았다.
(내 기억으로만 재구성 한 것이기에 일부 오역 혹은 잘못된 내용이 있을 수 있음)
현장 관객과 알랭 드 보통의 Q&A
Q) 27살 취업 준비생이다. 부모님이 대학만 가면 다 잘 될 거라고 했는데, 사회에서는 더 많은 것을 요구한다. 석,박사들도 취업이 어려운 상황인데 나는 어찌해야할지 모르겠다.
A) 부모님의 말을 믿지,맹신하지 말라. 부모님은 잘 모른다. 세상에는 많은 비즈니스 니즈가 있는데 우리가 모르는 것, 발견되지 않은 것들이 너무나 많다. 그러한 것들을 직접 해결하거나(창업 등) 기여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본인 스스로와 대화를 많이 나누고, 홀로 여행도 떠나보는 등 내가 어떻게 사회에 기여할 수 있을까와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를 생각해봐야 한다.
Q) 30살이다. 지난 3년간 홀로 여행도 다니고 자아 성찰의 시간을 가지려 노력해봤지만, 성과가 없었다. 어떻게 자아 성찰을 하는지 궁금하다.
A) 스스로를 성숙하게 하고 성찰하기 위해 가장 해야하는 일은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것이다. 어떤 것을 질문할 것인지 또한 중요하다. 나 스스로와 대화를 나누고 나라는 사람을 나 스스로가 잘 알아야 한다.
Q) 휴식이라곤 주말에 잠을 자거나 야구를 보는게 다다. 진정 내게 도움이 되는 휴식을 취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고 싶다.
A) 몰디브로 떠난다고 해서 좋은 휴식을 취하는 것이 아니다. 주말에 박물관에 가서 예술작품을 본다고 해서 휴식을 느끼는 것이 아니다. 여가시간을 즐기는 것은 일과 같다. 내가 어떤 것을 했을 때 휴식의 느낌을 갖는지, 좋은 기분을 느끼는지, 행복감을 느끼는지, 치유가 되는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시간을 내고 계획을 갖고 노력해야한다. 나의 경우 주변 사람들과 함께 대화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서로의 고민이 뭔지, 인생이 뭔지를 이야기 하는 것이 내게는 휴식과 같다.
Q)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이라 고민이다. 내가 손해를 보고 스트레스를 받으면서까지 남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해야할까.
A) 애매한 대답과 태도보다 단호한 No가 좋다. 이별을 할 때도 상대방은 가슴이 아프고 상처를 받겠지만 ‘난 아직도 널 좋아하지만, 왜 그런지 모르겠어, 헤어지는게 낫지 않을까’라는 식의 모호한 태도는 서로 도움이 되질 않는다. 부탁을 받았을 때도 마찬가지다. 명확하게 No를 해야한다. 그게 서로를 위해서 결국 좋은 방향이다.
Q) 인맥관리를 잘하고 싶다. 혹시 좋은 방법이나 노하우가 있을까 궁금하다.
A) 사람은 상대방이 본인을 ‘인맥관리’ 대상으로 생각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안다. 밥 사주고 커피 사준다고 친구가 되고 내 인맥이 되는 것이 아니다. ‘how are you?’만 하는 ‘친구’는 의미없다. 본인의 고민과 깊은 슬픔까지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들, 내가 상대를 조건 없이 좋아하고 도와주고자 하는 마음이 드는 사람들에게 있는 마음을 그대로 보여주면 된다. 그 때 친구다운 친구를 얻게 될 것이다.
Q) 공무원을 하다가 그만두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친구들이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뒀다고 ‘미쳤다고’하는데 그런 사회의 시선이 날 힘들게 한다. 내가 하고 싶은 걸 해야하는지 안정적인 일을 해야할지 고민이다. 내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가?
A) ‘안정적’이라고 했지만 요즘과 같이 급변하는 시대에 경제적 안정, 환경적 안정을 보장하는 것은 없다. 40년, 50년을 남긴 삶에 지금 말하는 ‘안정적’인 일은 임시적인 안정일 뿐이다. 어차피 안정적이기 어려운 현실이기 때문에 본인의 의지에 맞는 길을 가길 권한다. 친구들에겐 이야기 해주길 바란다. ‘더 이상 안정적인건 없다. 본인의 의지와 능력 외에는 보장되는 것이 없다.’
Q) 24세 취업 준비생이다. 나는 아직 괜찮은데 주변에서 자꾸 걱정의 이야기, 의구심의 말을 많이 듣는다. ‘넌 괜찮아. 잘 될거야’라는 말을 인생의 멘토로 생각하는 당신께 듣고 싶다.
A) 난 당신에게 ‘잘 될거야’라는 말을 해주지 않을거다. 그런 말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 잘 될거다’라는 말을 해주기는 쉽다. 나도 지금 해줄 수 있다. 하지만 당신은 자기 스스로를 더 알아야 한다. 내게 뭐가 필요하고, 내 강점은 무엇이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등을 고민해야 한다. 주변에서 하는 이야기에 흔들리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충분한 자기고민 없이 ‘다 잘 될거야’라는 마음을 갖는 것은 위험한 자세다.
Q) 지금 우리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해결책을 이야기해주고 있는데, 알랭 드 보통 당신의 지금 고민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A) 수차례 말했듯이 내 책에 많은 독자들이 공감해주는 이유는 나도 여러분과 똑같은 사람이고 같은 고민을 갖고 살기 때문이다. 내 지금 당장의 고민은 ‘다음 책은 잘 될까? 어떤 글을 써야할까?’에 대한 것이다. 출판업자들이 ‘넌 망했어’, ‘혹평이 쏟아지고 있어’와 같은 이야기를 할 땐 정말 죽고 싶고 힘들다. 나도 여러분과 똑같다.
그 외 강연 중 알랭 드 보통의 코멘트 중 떠오르는 것들
유머러스한 이성을 좋아하는 이유는 상대방과 농담 따먹기를 하고 싶어서가 아니다. 유머러스한 사람은 상대방을 배려하고, 본인 스스로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이다.
세상은 ‘You Can Do Anything.’ 아메리칸 드림이 너무 전파되어 있다. 나는 무엇이든 될 수 있고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오히려 나를 더 우울하게 만든다. 남을 시기하고, 비교하지말고 나만의 삶을 살면 된다. 그러기 위해선 내가 누구인지에 대해 깊게 생각할 기회를 가져야한다. TV를 끄고, 스마트폰을 멀리하고 생각할 시간을 갖길 바란다.
우리는 어떻게 삶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모른다. 섹스가 어떤 의미인지, 일과 직업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고 선택해야 하는지, 어떤 생각과 가치에 중심을 두고 살아야 하는지 등 삶을 사는 법에 대해 배운적도 없고, 깨닫기 위해 노력하는 것에도 소홀했다.
한국 직장인의 약 50% 이상이 500명 이상이 근무하는 큰 기업에서 일한다고 들었다. 대기업에서 일하는 것은 바꿔말하면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 모를 가능성이 높다는 말일 수 있다. 내가 하는 일이 어떻게 기여하는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건지 눈에 보이지 않고 잘 모를 수 있다. 500명 1000명 몇만명 되는 기업에서 본인의 일이 어떻게 쓰이는지 실제로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기란 쉽지 않다. 그렇기에 퇴근 후 ‘내가 도대체 오늘 뭘 한거지?’ 혹은 ‘내가 사는 삶, 이 직장/직업이 제대로 된건가?’라는 고민을 계속하게 된다. 영국에서 대기업 종사자들에게 돈은 걱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떤일을 하며 살고 싶은지 물었을 때 1위가 ‘도시외곽에서 카페를 하며 차와 케이크를 만들고 싶다. ‘ 2위가 ‘작은 숙박업소를 운영하고 싶다.’라는 대답들이었다. 내가 만든 차와 케이크를 먹으며 즐거워하고 반응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느끼고’ 싶어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대기업을 그만두라는 말이 아니다. 내가 하는 일을 하나의 카페를 운영한다고 생각하고 그 안에서 가치를 찾을 수 있는 훈련과 노력을 더 해야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결국 ‘오늘 하루 난 무엇을 위해 산걸까?’라는 자책과 우울감으로 잠자리에 드는 일을 반복해야 할 것이다.
소회
대학 시절 알랭 드 보통의 책을 읽고서 '나는 작가는 못하겠구나'라는 패배감을 느꼈다. 어떤이는 알랭 드 보통의 저서들을 '지적허영의 산물'로만 혹평 하지만 나는 알랭 드 보통을 참 좋아한다.
명쾌하고 솔직하고 공감가는 글들을 쉽게 표현하여 전달한다. 거기에 사랑, 여행, 건축, 철학, 문학까지 스펙트럼의 끝을 알기 어려운 넓은 도메인의 지식을 본인만의 방식으로 잘 정리하기 때문이다.
그런 그를 강연을 통해 실제로 만나고 나니 앞으로 더 '충성'할 것 같은 기분이다. 그가 오늘 강연에서도 표현했지만, 본인을 책을 통해 만나는 '친구'로 느꼈으면 좋겠다는 말, 특히나 따뜻했다.
고마워요 알랭 드 '스페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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