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열광하는게 취미만큼은 아니고, 실력이 특기만큼은 아니어서 그렇게 부르긴 어려울 것 같다. '그냥'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특히 대학 시절에는 낭만이 있었는지, 소박하고 우울한게 나와 닮았다고 느껴서 그랬는지 필름 카메라 특유의 '불편함'을 좋아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그 때 그 시절을 추억하는 의미로 <나의 필름 카메라 히스토리>를 정리했다.

카메라는 신발 박스에 넣어 장롱에 보관해야 제맛(?)

 

 

 

Lomo LC-A Lomoboy

내 첫번째 필름 카메라(이하 필카)는 로모였다. 로모는 비네팅 효과, 특유의 색감, 쉬운 조작법으로 큰 사랑을 받는 카메라이다.

사이즈도 컴팩트해서, 항상 가방에 넣고 다니다가 스냅샷하기 좋았던 기억이 난다.

대학 졸업하는 시점에 로모를 어여쁜 여대생에게 팔아버렸는데, 후회가 많이 된다. 특히 여행지에서 스냅용으로 로모는 참 좋았을텐데.

자꾸 예전 사진을 보다보니까, 다시 로모를 들여오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구나(홍대 로모그래피 오프라인 스토어가 2월 중 문을 닫는다는데 많이 아쉽다).

그냥 막 찍어도 잘 나오던 로모. 하늘과 바다같은 파란색에 특히 느낌이 좋았던 로모.

직접 찍은 것 중 특히 좋아하는 컷 몇 장과 내 홈페이지의 갤러리 링크.

 

 

 

Pentax Me-Super

개인적으로 가장 애정을 듬뿍 쏟았던 펜탁스 미슈퍼.

로모는 내 생각이나 의도가 로모의 필터에 걸러져 '고급스럽게' 포장되는 느낌이었다면,

펜탁스 미슈퍼는 조리개와 셔터스피드를 생각하면서 셔터를 누르고, 렌즈 심도/화각 등을 염두하면서 내 의도를 담기 시작한 첫 번째 카메라였다.

수동 카메라의 재미에 폭 빠지게 해준 미슈퍼였지만, 오래된 세월 때문일까 잦은 고장으로 몇 롤을 통째로 날려버리기도 했었다.

'남대문 가서 수리해야하는데'라는 다짐이 몇 년 째인지. 고장난 장롱 카메라가 되버렸구나.

먼지 쌓인 카메라 꺼내서 외형 탐험.

전형적인 필카 느낌인 실버-블랙 조합. 스트랩도 좋고.

 

컴팩트한 사이즈. 귀엽다.

 

기본 번들 1:2 50mm, 미슈퍼 인기의 중심이었던 좋은 렌즈.

 

ME Super 각인과 타이머 태엽버튼.

 

미슈퍼는 조리개 우선 수동 카메라다. 베이지, 하늘색, 주확색의 색 조합도 좋고.

 

초점을 잡으며 찍어본 뷰 파인더. 초점 잃은 상태.

 

잘 잡아보면? 짠, 이게 디카로도 찍히는구나!

 

셔터 모드 다섯가지

  • 셔터 Lock
  • 셔터 스피드 Auto
  • 셔터 스피드 Manual(왼쪽의 위 아래 버튼으로 조절)
  • 125x(1/125초 속도 셔터 스피드)
  • B 셔터(누르고 있는 만큼 셔터가 열려있는 모드)

 

셔터 스피드는 이처럼 뷰파인더 왼편에 표시가 된다. 이 사진엔 배터리가 없어 안 나왔지만, 빨간색 불로 해당 셔터 스피드 옆에 깜빡거림.

 

필름마다 붙어있는 '권장 조리개', '권장 셔터 스피드' 표.

마운트한 필름의 ASA가 몇인지 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카메라 뒷면에 이런 공간을 만들어 두었음. 필름에서 뜯어서 꽂아둘 수 있게.

 

 


매력적인 미슈퍼의 셔터 소리.

 

직접 찍은 것 중 특히 좋아하는 컷 몇 장.

 

 

 

Olympus Pen-ee3

올림푸스 펜이삼. 가장 널리 보급된 하프카메라(카메라 가로 한 컷을 세로 두 컷으로 나눠서 찍는 카메라. 한 롤 24컷 짜리면 하프 카메라에서는 48컷 찍을 수 있다).

한 롤로도 충분히 많이 찍을 수 있는 장점 때문일까, 실생활 스냅용으로 애용 했다.

특히 기대하지 않고 찍은 샷들이(찍을 때 셔터느낌이 허접해서 그런걸까), 놀라운 결과물을 내뿜을 때의 의외성을 가진 카메라다.

지금도 가끔 들고나가서 사람들에게 '허접하다'는 소리를 듣는 카메라. 하지만 결과물을 보면 다들 놀랄껄?

여지없이 장롱속에서 꺼내 외형탐험.

펜 시리즈의 특징 중 하나인 렌즈 주변의 '조명같이 생긴' 장식. 무슨 기능을 해준다고 했는데 기억이 안난다...

 

다소 허접해보이는 셔터. 찍을 때도 이게 셔터맞나 싶을 정도로 느낌은 일회용 카메라의 그것과 비슷.

 

렌즈는 여전히 Made in Japan이 압도적. 펜이삼의 렌즈는 귀여운 보급형.

 

 

펜이삼으로 찍은 것 중 기억에 남는 몇 컷과 홈페이지 갤러리 링크.

하프 카메라라고 무시하면 안돼.

 

이런게 묘미. 한 장 찍어두고 같은 느낌 혹은 반전의 느낌이 있을 때 다시 찍어서 한 세트를 만드는게 하프 카메라가 만드는 매력.

 

 

 

 

Olympus XA2

독특한 외형과 색감 좋은 렌즈로 유명했던 올림푸스 엑스에이투.

올림푸스 펜이삼의 결과물에 반해서 구매했는데, 한 롤 찍고 렌즈가 고장난 비운의 카메라.

슬라이드형 카메라. 딱 요만큼만 열린다.

 

매력적인 XA2의 렌즈 색.

 

빨간색 셔터. 이 셔터도 XA 시리즈의 특징 중 하나.

 

 

XA2 렌즈가 고장나서 날린 필름이 많았다. 아쉽지만 그것 자체도 추억과 낭만으로 만들어주는게 필름 카메라.

 

 

 

Holga

홀가는 중형 필름을 쓰는 박스 카메라로 몽환적인 느낌의 결과물을 내는 독특한 카메라다.

특히 가격이 저렴해서(5만원 미만) 부담없이 구입했었는데, 중형 필름가격이 비싸서 금방 포기하게된 슬픈(?) 카메라다.

지금 찾아보니 중형 필름이어서 그랬을까, 필름 스캔된 결과물이 없다. 끙.

 

 

 

Minolta Dual Scan (Film Scanner)

카메라는 아니지만, 필름 카메라 인생에 정점을 찍었던 기계 '필름 스캐너' 미놀타 듀얼스캔 3.

필름 스캔을 맡기던 사진관마다 색감이 다르고 스캔가격도 비싼(1롤당 5천원~1만원) 불편함을 해소하고자 구매했었다.

당시 국내 정식발매도 안된 상태여서 어렵게 구했고, 느린 속도 때문에 새벽까지 한 장 한 장 스캔하던 아련한 추억이 있다.

 

 

 

소회

아날로그는 그 불편함을 충분히 감수할만큼의 따뜻함과 낭만이 있다.

필름 카메라는 풍요롭지 않던 대학시절 기록과 기억을 남기고자했던 내 고집이었다. 의무와 즐거움이 적절히 버무려진 고집(거기에 더해진 약간의 허세).

사람은 평생 시점과 시선의 변화를 갈망하는데(우리가 조망이 좋은 집에 살고자 하는 것과 과거 황제들이 본인 시야 아래 세상을 두고 싶어했던 것(파리와 로마의 도시전경 특히), 영화를 좋아하는 것이 예) 사진도 그 욕망 중 하나일테다.

불편함과 따뜻함, 낭만, 의무와 즐거움이 함께했던 대학시절의 내 고집이 지금도 남아 있을까?

사는 재미는 멀리 있는게 아닌데, 자꾸 잃는건 아닌가 걱정이다(그렇다고 LP, 스피커, 피규어, DVD 등에 미치겠다는건 아니고).

다 찍고 아직 현상하지 않은 필름도 발견. 무슨 사진이 들어있을까 기대된다. 오랜만에 사진관 갈 일이 생겼네.

 

 

Fine. thy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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